2015년 4월 9일, 대학본부가 발표한 학사구조 개편안에 대한 인문대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인문대 학생총회가 개최됐다. 인문대와 인문대 내 학과 학생회들의 진행 하에 오후 6시 반부터 학사구조 개편안 관련 안건에 관해 설명을 듣고,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학생회가 대표로 의결을 진행했다. 구조개편에 관한 기사가 발표된 직후부터 많은 인문대 학생들이 이에 관심을 보여 왔고, 또 그 사이에 많은 사건이 있었던 터라 400명이 넘는 많은 학생들이 루이스홀에 모여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인문대 전체 정원의 1/5를 웃도는 인원. 이렇게 인문대 학생총회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의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애당초 거수를 통해 투표하기로 했던 투표 방식에 대해 의문을 품은 학생들이 생긴 것이다. 구조개편안에 대한 반대, 학칙 개정안 철회 요구에 대한 찬성으로 의견이 모이고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던 그 순간,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인문대 전체의 입장을 모으는 자리에서 거수투표의 방식이 과연 합당한 지, 학생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방식으로 너무 허술하게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이 질문을 시작으로, 회의 장소에 들어갈 때 인문대 학생인지를 확인하지 않았던 것과 거수투표의 진행 방식상 객관적인 의견 수렴이 되기 어렵다는 것 등 투표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이 지적들에 대한 설명 없이는 투표의 당위성도 객관성도 잃은 채 여론몰이 정도로 학생총회가 끝나버리게 되는 꼴이었다.

 결국 학생회는 약 20분 뒤에 학생총회를 다시 한 번 진행하기로 했으나, 이미 대부분의 학생은 자리를 뜬 뒤였다. 자리에 남아있던 학생들은 회의 장소를 나간 학생들에게 돌아오라는 연락을 부랴부랴 돌렸지만 이러한 노력들도 빠져나간 인원을 메꾸지는 못 했다. 마지막에 파악된 인원은 300여 명. 총회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인문대 학생회는 준비가 부실했던 점에 대해 여러 방편으로 사과했지만, 총회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실망을 덜어주기엔 부족했다.

 학사구조 개편안에 대한 인문대 학생회의 의견이 인문대 학생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있었고 그 비판을 수렴해 인문대 학생총회를 마련한 것으로 안다. 따라서 이번에 마련했던 학생총회는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학생회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절차였다. 학생들 또한 이것이 중요한 자리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자리에서 학생회의 미흡한 준비로 학생총회가 흐지부지되고, 총회에서 나온 비판들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학생들의 불만이 더 커지게 됐으니 이는 분명 학생회의 실책이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잘못을 했고 이에 대해 어떻게 보상해야 할지에 대해서 따질 시간조차 부족하다. 학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기간은 13일(오늘)까지다. 이미 학칙 개정안 공고가 끝난 뒤에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잘잘못을 가리며 낙담하고 실망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자리를 통해 인문대 학생회가 무능한 학생회라는 오명을 얻고 말았지만, 최소한 소통하는 학생회라는 점은 증명이 됐다. 학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활발할수록 학생회 내부에서의 소통이 그만큼 확실하게 돼있어야 한다. 이번 총회는 충분히 지적될 법한 허점이 많았고 그에 대한 대처도 우유부단하였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만한 집단이 바로 인문대 학생회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학사구조 개편에 대한 입장이 찬성이든 반대든 어느 입장을 확실하게 표명하려면 13일 다시 열리는 총회에서 확실하게 준비해 오명을 씻어내야 할 것이다.

김대성 학생
국어국문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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