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이 혼자서 하다가 끝나는 이유는 상대방이 모르기 때문입니다. 밥도 사주고 영화도 보여주며 소위 ‘썸’을 타도 좋아한다 말하지 않으면 헷갈리고 의심만 가죠. 기자는 썸을 타진 않았지만 이번 보도기획을 준비하면서 자꾸 의문이 들었습니다.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계획안)에 반대하는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의견을 듣고 싶었으나 선뜻 나서는 교수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죠.

 기획의 취지는 계획안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해야할 지점들을 분석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계획안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교수가 필요했죠. 그 순간 떠오른 것이 ‘교수공동비상대책위원회(공대위)’였습니다. 계획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를 표하는 공대위에 속한 교수가 논리적으로 비판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죠.

 기대를 품고 공대위의 A교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계획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들어보고 싶은데 교수님께서 계획안을 조리 있게 잘 비판해 주실 것 같다’는 내용으로 시작했죠. A교수는 기획의 취지가 불순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요지는 돌아가는 여론을 생각하지 않고 기계적 중립의 모양새를 갖추려 한다며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이죠.

 이번 기획은 단순히 계획안에 대한 기계적 찬·반을 나눠 분란을 조장하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본부가 제시한 계획안이 학부제와 차이가 있는지,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해보고 싶었죠. 종합적인 판단을 위해 긍정과 부정 양쪽의 의견을 모두 들어보는 건 필수였습니다. 물론 전화통화 과정에서 기자의 설명이 불충분했던 것은 인정합니다. 이에 편집장을 통해 A교수에게 정중히 사과를 하고 기획 취지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알아서 잘 해보라’는 것이었죠. 더 이상 소통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밤늦게 다른 교수를 찾아야 했습니다. 사과대 학교·학생·교수 구조조정 공청회(공청회)를 다녀온 기자가 망설임 없이 공대위의 B교수를 추천하더군요. 바로 B교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획 취지를 상세히 설명했죠. 이에 B교수는 질문지의 내용을 보고 승낙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시원한 답은 아니었지만 늦은 시간에 조금의 희망이 보여 B교수에게 질문지를 보내드렸는데 ‘이유는 여럿이지만 인터뷰는 응해줄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현재 공대위는 블로그, SNS 등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까지 여러 방면에서 계획안의 폐지를 주장하며 절차적 문제, 내용의 부실함 등을 다양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획안의 맹점이나 계획안에 반대하는 근거 등을 ‘중대신문’이라는 공식적 매체를 통해 논리적으로 자세히 설명한다면 그들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을지 않을까요. 다시한번 떠올려 봅니다. 짝사랑이 혼자하다 끝나는 이유는 상대방이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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