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현재 신뢰의 위기에 빠져있다. 국민들은 국가를 신뢰하지 못한다. 2014년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23%만이 정부를 신뢰한다고 한다. 참고로 이 수치는 세월호 사고 이전에 조사된 것이다. 지금은 23%보다 나아졌을까? 어림없는 소리다. 근 1년의 굵직한 사건들-세월호 침몰사고, 연말정산 파동, 건강보험료 개선안 번복, 증세 없는 복지 논란 등-을 거치며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좌고우면하며 그때그때만 모면하는 임시변통으로 일관했다. 이렇듯 신뢰를 지키지 않는 모습에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은 역대 집권 3년 차 1분기 지지율 중 최저(22%)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갤럽조사> 결과)

 중국 최초로 통일왕조를 이룩한 진나라가 어떻게 강국이 되었는지를 잘 말해주는 고사로 移木之信(이목지신)이라는 말이 있다. 진 효공 때 상앙이라는 재상은 법률을 공포하기 전에 백성들이 그 법률을 믿고 따르게 하고 싶었다. 이에 남문에 긴 장대를 세우고 그것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상금 10냥을 준다고 공고를 냈다. 그러자 아무도 장대를 옮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상앙은 상금을 50냥으로 올리고 다시 공고를 냈다. 이번에는 어떤 한 사람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장대를 옮기자 상앙은 그 즉시 약속한 상금을 주었다. 그리고 난 후 법령을 공포하자 백성들이 법을 잘 믿고 따랐다고 한다. 그 결과 진나라는 단결된 힘으로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

 이렇듯 어떤 조직이 단결된 힘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수조건이다. 따라서 조직이나 리더가 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의 힘이 분산되지 않고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한번 한 약속은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어야 구성원이 믿고 따를 수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도 신뢰의 문제가 있다. 지금은 해결돼 매우 다행이지만, 우선 문예창작전공의 교수 충원 요청 사례를 보면 전임교수 충원 약속이 계속 지켜지지 않았다. 학교의 약속만을 믿고 기다리다 지쳐 행동에 나선 학생들은 과연 앞으로 학교를 신뢰할 수 있을까?

 잦은 제도 변경도 문제다. 일례로 교양과목 이수기준은 입학연도에 따라 수시로 바뀌니 학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거기다 이번 교양과목 이수기준 변경에서는 그간 학교가 학생들에게 준수하라고 내놓은 영역별 기준마저 스스로 무너뜨렸다. 듣기 싫었던 과목이지만 규칙이기에 성실하게 이수했던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약속과 원칙을 지킨 사람이 손해를 봐서는 안 되는데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무릇 장수가 군대를 지휘할 때 자주 명령을 변경해서는 그 호령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 병사들이 장수를 신뢰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병사들이 장수를 믿지 못하는 군대로는 어떤 싸움이든 이길 수가 없다.

 지금 중앙대는 모두의 역량을 한데 모아 학교 발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신뢰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심호남 강사
교양학부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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