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의 호는 ‘제인(濟仁)’이다. 영미 문학의 대표적인 소설인 『제인 에어』를 떠올리게 하는 이 호는 건널 제(濟)와 어질 인(仁)을 쓴다. 그는 사람인(人)과 두 이(二)가 합쳐진 한자 어질 인의 의미를 풀어 해석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사랑을 전달하는 어진 이가 되겠다는 인생철학을 호에 담아낸 것이다. 학교와 학생들 사이에서 사랑을 건네주며 35년간 제인으로 살아온 그, 정정호 교수(영어영문학과)를 만나봤다.
 
  어릴 적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항구의 도시 인천에서 자랐다. 자연스레 외국 문물을 접할 기회 또한 많았다.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한 것도 인천이 준 바다 건너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 덕분이었다. 동경심으로 시작한 공부였으나 적성과도 잘 맞아 대학원에도 진학하게 되었다. 중앙대에 올 당시 겨우 서른 살의 풋내기 교수였던 그가 이렇게 오래 강단에 설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우연이 만들어낸 필연은 아니었을까.
 
  그는 1979년부터 중앙대에 몸담았다. 중앙대의 발전을 직접 목격한 중앙대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그런 그는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서관과 기숙사도 신축되었잖아요. 게다가 학교 순위도 많이 올라가고 교통편도 좋아졌죠. 중앙대가 진짜 중심 대학이 된 것 같아요.(웃음) 제가 처음 왔을 때보다 학교가 많이 발전해서 홀가분하죠.”라는 말에서 퇴임을 앞둔 그의 애교심을 엿볼 수 있었다. 
 
  ‘당신에게 중앙대란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나를 만든 것의 8할이다’라고 대답하는 그. 그러나 그 또한 중앙대를 키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2010년에는 문학 올림픽이라 불리는 제19회 국제 비교문학회를 성공적으로 유치 및 개최시켰다. 쟁쟁한 후보였던 캐나다를 제치고 이뤄낸 쾌거였기에 더욱 기쁨이 컸다. 또 2013년에는 독일 유럽연구 센터(DAAD)의 초대 소장을 지냈다. 그가 초석을 잘 닦아놓은 덕에 지난해 본교 DAAD 연구진은 「Asian Journal of German and European Studies」라는 저널을 발표했다. 이 저널은 세계적인 저널로 발행되는 데 필요한 절차를 모두 통과했다. 유명한 출판사의 호평을 받으며 현재 출판을 앞두고 있다.
 
  그는 학교뿐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CAU 인문학 비전 장학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본인의 사비를 털기도 하고 주변 교수들과 지인들을 통해 직접 발로 뛰며 모금한 것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비록 학교는 떠나지만 인문학도들을 위한 모금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씨를 뿌려둔 것이나 다름없으니 다른 교수들이 더 키우고 잘 정착시켰으면 하죠.”라며 작은 바람을 나타냈다.
 
  정정호 교수는 퇴임 후에 그 동안 읽지 못한 다른 책들을 읽고 여행도 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후학을 위해 연구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아 다들 꺼려하는 번역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앙대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줬다. “인생은 속히 지나가니까 너무 걱정만 하며 보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가끔은 옥상에 올라가 호연지기를 느끼기도 하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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