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배운 연애와 적은 경험
부담스럽기만한 남자의 접근

PM10:00
  남녀 사이의 ‘썸’이 some인 이유는 연애가 시작되는 단계가 복잡해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기 힘든 탓이다.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없어 연애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두 여학생을 만났다. 그녀들은 스스로 쌓아올린 강철 철벽 때문에 남자를 만날 수 없었다고 지난 3년을 회고했다. 도서관 주위를 돌며 수다를 나누던 그녀들은 매력적인 보조개와 귀여운 미소를 소유하고 있었다.

-도서관을 뱅글뱅글 돌던데.
보조개 같은 학과 동기와 옛날 일을 끄집어 이야기하다 보니 할 말이 많네요.
-어떤 이야기를 했나.
보조개 방금 대화를 나누면서 그동안 저희 둘 다 의도치 않게 ‘철벽녀’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몇 번 남자들이 호감을 표시했는데 다 차단해버렸죠.
꿀미소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건 아니었거든요. 괜찮은 남자라서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저도 모르게 말이 헛나가더라고요.
-예를 들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조개 팀플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그동안 훈남이라고 생각해왔던 남자가 ‘둘이 야식을 먹지 않겠냐’고 물었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정말 배가 안 고팠거든요. 순간 배부르다는 말이 튀어나갔죠.
꿀미소 저의 경우 같이 수업을 들었던 남자가 뜬금없이 밤에 전화를 한 적이 있었어요. 과제에 관해 물어볼 것이 있다며 말이에요. 야밤에 전화를 하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이제 됐죠”라며 단칼에 잘라버렸어요.
-몇 번이나 철벽을 쳤나.
보조개 이제까지 한 7~8번 그랬던 것 같아요. 이제서야 지난 날의 과오를 깨달았죠. 슬슬 취업 준비에 돌입하는데 후회가 막심해요.
꿀미소 대학생활이 끝나기 전에는 연애해야 할 텐데 힘이 빠지네요.
-철벽을 두른 이유가 있는지.
보조개 상대방이 제가 그에게 관심 있어 하는 것처럼 생각할까봐 호응을 못하겠어요. 괜히 잘해줬다가 어장관리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떡해요.
꿀미소 저랑 안 맞을 지도 모르는데 괜히 호감을 표시했다가 상처를 주면 안 되죠. 일단 마음을 확실히 한 후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음을 다 정리하고 나면 다들 꼭 떠나있었지만요(웃음).
-연애 경험에 대해 질문해도 되나.
보조개 대학교 1학년 때 짧게 한 번 만나본 게 전부예요. 그래서인지 남자가 접근하면 저도 모르게 조심스러워져요.
꿀미소 슬픈 이야기지만 중학교 때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 이제는 연애가 뭔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웃음)
-접근했던 남자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보조개 자상한 타입의 남자가 있었어요. 자꾸 이것저것 챙겨주더라고요. 저도 마음에 들긴 했는데 접근하는 속도가 너무 빠른 거 같아 소극적으로 대했어요. 결국 그가 지쳐서 떠나버렸죠. 지금은 길에서 마주쳐도 제게 인사조차 안 해요.
꿀미소 수업을 같이 들었던 잘생긴 남자가 관심을 표현한 적이 있었어요. 저도 은근히 마음이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저보고 “왜 남자친구를 안 사귀느냐”고 묻는 거예요. 그 당시 알바와 대외활동으로 정신이 없어 생각 없이 “남자친구 필요 없다”고 말해버렸어요.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 안 드나.
보조개 최근에 부쩍 많이 들어요. 예전에 철벽을 칠 때는 항상 연애가 후순위였죠. 스펙 쌓고 공부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어요.
꿀미소 저희 둘 다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녔어요. 생각해보면 자기관리에만 너무 열심이었죠. 사랑만 빼고요.
-미팅을 해보는 건 어떤가.
보조개 얼마 전 함께 첫 미팅을 나가봤어요. 정해지는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거절하려면 술을 마셔야 하는 게임을 했죠.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가장 마음에도 없던 사람이 걸려도 그냥 OK 했어요. 술에 너무 취하면 위험하잖아요.
꿀미소 미팅은 정말 별로였어요. 남자들이 너무 신체 접촉만 하려고 하니까 거부감이 들더라고요. 제가 원하는 방식은 좀 더 신사적이고 친절한 방식인데 말이죠.
-본인이 먼저 남자에게 접근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보조개 친구들이 그러는데 여자가 먼저 접근하면 남자가 질려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자는 호감을 티내기 어려워요.
꿀미소 전 정말 남녀관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냥 죽을 때까지 혼자 살아야 되나 봐요.
-바람직한 남자의 접근법이 뭐라고 생각하나.
보조개 같이 무언가를 하자고 제안하는 게 가장 부담스럽지 않고 편해요. 영화나 연극을 함께 보고 생각을 나누는 방식처럼요.
꿀미소 소소한 고민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뭔가 진심이 오가는 대화가 있어야 해요.
-혹시 눈이 높은 건 아닌지.
보조개 외모는 잘 안 봐요. 자상하고 친절한 스타일이면 마음이 가는 편이이에요.
꿀미소 연애관이 문제인 것 같아요. 연인이 될 사이가 아니면 상대하면 안 된다는 ‘모 아니면 도’식의 사고방식을 고치려고요.
-앞으로 호감표시를 하는 남자가 생기면 어떻게 할 건가.
보조개 일단 좋다고 승낙하고 보려고요. 다음 번에도 놓치면 졸업 때까지 인연을 못 만나지 않을까요.
꿀미소 저는 대답과 동시에 약속까지 잡을 거예요. “좋지. 우리 언제 볼까” 이렇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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