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앓을 정도로 흔하다는 안구건조증은 겨울철에 날씨가 추워지면 그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특히 렌즈 사용을 많이 하는 대학생들에게 자주 발생해 우리 주변에서 그 증상을 앓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겨울의 토끼처럼 눈은 빨갛게 만드는 안구건조증은 왜 생기고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김수현 학생과 함께 안과 진단을 받아봤다.
 
 
 
  다가오는 시험기간, 한 자(字)라도 더 머리에 담고 싶은 그녀의 눈꺼풀은 유달리 무겁다. 시험을 앞두고 책에 눈길을 옮기는 그녀의 시선이 흔들린다. 3년간 착용해온 소프트렌즈의 부작용으로 안구건조증에 걸린 김수현 학생(중국어문학전공 3). 건조함과 이물감을 호소하고 있는 그녀가 전연숙 교수(안과)의 방문을 두드렸다.
 
-소프트렌즈를 착용하면 건조하면서도 눈물이 나요.
“전형적인 안구건조증의 증상입니다. 수현 학생은 신입생 때부터 렌즈를 장시간 사용했다고 들었어요. 렌즈가 눈물을 빼앗아 가서 눈이 많이 건조했을 겁니다. 소프트렌즈는 렌즈 본래의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눈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거든요. 건조함으로 인해 눈이 자극되어 눈물이 나오게 되는 거죠.”
-구체적인 안구건조증 증상을 설명해주세요.
“어떤 원인에 의해 눈물이 부족하게 생성되거나 눈물양은 정상인데 눈물이 과도하게 증발하여 눈물막이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안구건조증이라고 지칭합니다. 눈물막은 바깥층에서부터 지방층, 수성층, 점액층의 3가지 성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중 한 가지 성분이라도 부족하게 되면 눈물이 쉽게 증발되며 뻑뻑함, 모래알이 구르는 느낌, 눈꺼풀이 무거운 느낌, 피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죠.”
-안구건조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무엇인가요.
“안구건조증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합니다. 학생처럼 렌즈 부작용으로 안구건조증이 유발된 환자가 있는 반면 건조환 환경, 정신적인 스트레스,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 눈물샘의 염증, 속눈꺼풀 염증, 노령, 호르몬 변화, 각막수술 등에 영향을 받은 경우도 있어요.”
-안구건조증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검사 결과 수현 학생의 눈물막 파괴시간은 4초, 눈물 분비량은 8mm였습니다. 정상인은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눈물막이 10초 이상 유지되고 눈물 분비량이 10mm 이상 측정되죠. 렌즈를 3년 동안 사용해온 사람치고 안구건조증 정도가 양호한 편이지만 각막의 아랫부분은 건조증이 심각해요. 눈물이 부족한 부분에 집중적으로 상처가 나 있어요.”
▲ 렌즈에 인한 손상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각막에서 발견됐다.
-각막에 상처가 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안구건조증과 속눈썹이 함께 눈을 자극해서 염증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세네가닥의 아랫눈썹이 학생의 각막을 계속 찌르고 있어요. 당분간 렌즈 착용을 자제하는 게 좋겠어요.”
-렌즈를 끼면 눈 건강에 좋지 않나요.
“눈의 상피세포는 새 살이 돋는데 약 일주일이 걸립니다. 각막에 상처가 있는 학생이 렌즈를 끼게 되면 산소가 공급되는 양이 감소해 회복이 더디죠. 게다가 눈물 순환이 어려워 상처 부위가 세균에 감염되기 쉽습니다. 렌즈 탓에 눈물이 완전하게 눈을 씻겨주지 못하니까요.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은 안경을 쓰세요.”
-이전 병원에서는 알레르기 결막염 진단을 받았어요.
“알레르기 결막염과 안구건조증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결막에서 눈물을 눈에 붙여주는 점액층이 나오지 않아 눈물막이 유지되기 어려우니까요. 수현 학생은 콘택트렌즈의 세척액이나 잔여물이 누적돼 알레르기가 생긴 것 같아요. 알레르기 결막염에 걸리면 특히 아침에 눈곱이 많이 끼죠.”
-염증이 생겼다지만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했어요.
“장기간 렌즈를 껴왔기 때문에 검은자위가 자극에 적응을 해서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각막에 상처가 난 것을 바로 알아챈다면 치료가 용이하겠지만 감각이 무뎌져 있다는 게 문제죠. 각막에 번식한 세균은 궤양을 유발하고 최악의 경우 각막을 녹여 구멍을 낼 수 있거든요. 각막 혼탁을 초래해 영구적으로 시력을 잃을 수도 있고요.”
-렌즈가 눈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네요
“저산소증을 유발하는 주범이 렌즈입니다. 저산소증은 호흡기능의 장애로 체내 산소 분압이 떨어진 상태를 말해요. 맨눈으로 있을 때 대기 중의 산소 분압이 약 21%에요. 렌즈의 재질과 두께에 따라 산소 투과도가 다르지만 소프트렌즈를 착용하면 산소 분압이 평균 10% 이하로 크게 떨어집니다. 그만큼 눈에서 산소를 흡수하지 못하죠.”
-저산소증이 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나요.
“눈에 충혈이 생깁니다.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눈이 나름대로 살아보려고 하는 거죠. 하지만 각막에는 산소를 공급해줄 혈관이 원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신 흰자위의 혈관들이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커져요. 렌즈를 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눈은 더 충혈되며 산소가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각막에 혈관이 생기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장기간 저산소증을 겪은 눈은 각막신생혈관을 생성하기도 합니다. 흰자위의 혈관이 검은자위에 자라 들어와서 각막에 산소를 주죠. 신생혈관이 생기면 검은자위와 흰자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보여요. 한마디로 겉보기에 눈이 흐리멍덩해 보입니다. 명태의 눈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네요.”
-신생혈관이 시력에 영향을 미치나요.
“신생혈관이 생겼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도 렌즈 착용을 중단하지 않으면 점차 시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흐리멍덩한 눈은 싫으니까 오히려 컬러렌즈를 끼는 사람들이 다수 있습니다. 하지만 컬러렌즈는 산소가 전혀 투과되지 않기 때문에 점점 혈관이 자라 시력이 더 악화됩니다.”
▲ 안구건조증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안약을 넣고 있는 김수현 학생.
-저는 시력교정수술이 가능한가요.
“각막에 난 상처를 다 치료한 뒤 정밀 검사를 거쳐 학생에게 적합한 수술을 찾는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안전한 수술이 가능할 경우 안구건조증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렌즈를 착용할 필요가 없어 부작용에서 탈출할 수 있으니까요.”
-올바른 콘택트렌즈 사용법이 있나요.
“렌즈 사용 기한에 따라 새 렌즈로 교체해서 사용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더러운 손으로 렌즈를 만지지 말고 수
영장 물과 같은 오염된 물이 묻은 렌즈는 착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간혹 학생들 사이에서 렌즈를 돌려 끼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바이러스나 세균이 전염될 수 있으므로 절대 남의 것을 착용해선 안 됩니다. 렌즈는 필요한 때에 가능한 짧은 시간 사용하며 따가움, 충혈 등이 발생하면 바로 제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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