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살아가며 한 번쯤 겪는 두통. 흔히 접하는 증상인 만큼 과거 중학생이었던 오윤민 학생은 두통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기고 지나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통증의 정도가 심해지자 그녀는 더 이상 두통을 무시할 수 없었다.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으로 고민하고 있는 그녀를 만나봤다.
 
 
▲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방문한 오윤민 학생이 내분비내과 진료 결과를 듣고 있다.
  평소 무대 위에서 우아한 자태를 선보였던 오윤민 학생(무용전공 4). 그러나 마지막 학기를 맞아 졸업 작품을 준비하던 그녀는 본연의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예전부터 그녀를 괴롭혀 온 두통이 심해져 연습 도중 잦은 휴식을 취해야 했던 탓이다. 최근 손 떨림 증상과 구토 증상까지 겪고 있다는 그녀가 김정민 교수(신경과)와 조보연 교수(내분비내과)를 찾았다.
-머리가 아픈 이유가 궁금합니다.
“편두통과 중증의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CT 촬영 결과 정상인에 비해 뇌의 빈 공간도 협소했죠. 뇌가 꽉 차 있다는 말은 뇌압이 높다는 의미로 두통과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뇌압이 상승하면 뇌의 기능이 저하되고 심할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 있거든요.”
-뇌압 상승 때문에 두통이 생긴 건가요.
“뇌압이 두통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지만 학생처럼 약으로 두통이 조절되면 대개 두통의 주원인은 아닙니다. 뇌출혈, 뇌종양, 뇌수막염 같은 염증성 문제가 뇌압 상승의 원인으로 밝혀져 있는데 학생의 CT 촬영에선 염증성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어요. 뇌압보다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윤민 학생은 2년 전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앓았다고 들었어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재발한 건가요.
“1년 반 동안 약을 복용했다가 중단했다고 했었죠.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을 끊었기 때문에 병이 재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상당히 높아요.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정상보다 많아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란 갑상선 중독증이 발생한 거죠. 갑상선이 과도하게 일을 하게 되면 두통과 같은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 김정민 교수에게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 현상의 유무를 검사받고 있는 오윤민 학생.
-편두통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요.
“머리의 편측 또는 양측의 고통이 4시간 이상 72시간 이하 지속되는 경우를 편두통이라고 진단합니다. 만일 한 쪽에만 통증이 꾸준히 느껴진다면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혈관기형이나 뇌종양이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두통에도 종류가 있나요.
“두통은 특별한 원인이 없는 1차성 두통과, 원인이 있는 2차성 두통으로 구분됩니다. 편두통, 긴장성 두통, 군발두통이 대표적인 1차성 두통이에요. 2차성 두통은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뇌종양, 뇌경색, 뇌출혈 등의 질환에 의해 유발되죠. 2차성 두통일 경우 뇌압 상승, 구토 외에도 1개의 물체가 2개로 보이는 복시, 의식 저하, 발열, 오한, 마비, 언어 장애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원인이 없는 두통이란 게 무슨 뜻이죠.
“1차성 두통은 스트레스가 유발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의해 두통이 발생하거나 통증이 심해질 수 있죠. 졸업 작품을 준비했을 당시 두통이 극심했다고 했었죠. 스트레스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마음이 급해지면 어지러움과 두통을 자주 느꼈을 거예요.”
-두통과 함께 사물이 2개로 보이고 눈이 뻑뻑한 증상도 있어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영향으로 안구를 담당하는 근육이 팽창하며 나타난 증상이에요. 두통은 물론 눈에 피로가 가면서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현상이 발생한 거죠. 지금 윤민 학생은 집중이 어렵고 손이 떨려서 글을 쓰기도 어려울 겁니다.”
-그럼 먼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며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상태가 호전될 경우 점차 복용량을 줄여 나가는 것이 치료법이죠. 약을 복용하면 갑상선에서 호르몬을 생성하지 못하지만 그동안 만들어놓은 호르몬은 갑상선에 저장돼 있어요. 혈관에도 갑상선 호르몬이 흐르고 있죠. 갑상선과 혈관에서 호르몬이 없어질 때까지 병세가 지속돼요. 약을 먹었는데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다며 저를 엉터리라고 생각하지 마세요.(웃음)”
-기본적인 두통약 외에 어떤 약을 처방받은 건가요.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대해 테프라정이라는 약을 처방했습니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도 조절되면서 두통의 빈도를 효과적으로 낮추는 약이죠. 그러나 간혹 약효가 없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간단한 약으로 두통 조절이 안 된다면 추가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하죠. 우선적으로 특정 두통에 특화된 약물 치료를 진행해보고 2~3가지 약을 조합해서 처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약효가 나타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한 달 뒤에야 조금씩 몸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때 피검사를 해서 호르몬 수치를 다시 확인해볼 계획입니다. 호르몬 약을 매일 챙겨 먹고 두통약은 머리가 아플 때만 복용하도록 하세요.”
 
▲ 자세한 검진을 위해 머리 CT 사진을 촬영했다.
-갑상선을 제거하는 방법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갑상선을 떼어 내면 학생은 사망합니다. 갑상선이 부어 있는 상태라 약을 통해 호르몬을 정상 수치로 돌려놓은 뒤 수술해야 하죠. 윤민 학생은 갑상선 호르몬제를 달고 살더라도 수술하는 편이 나을 거예요. 수술 후 하루에 한 번 호르몬 약만 챙겨 먹는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습니다. 더구나 무용을 하는 사람이니 수술을 통해 튀어나온 갑상선을 깨끗이 제거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 겁니다.”
-저처럼 두통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흔한 편인가요.
“모든 연령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통증이 두통입니다. 그러나 연령대에 따라 두통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1차성 두통을 호소하곤 하죠. 젊은 여성 중에는 윤민 학생처럼 편두통으로 고생하는 비중이 상당합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때문에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는 드물지만요. 또한 고령의 환자는 2차성 두통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두통 완화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을 알려주세요.
“편두통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습관을 말씀드릴게요. 편두통 환자들에겐 편두통을 유발하는 인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와인이나 초콜릿과 같은 향이 강한 음식들이 대표적이죠. 두통을 유발할 만한 것들을 인지하고 피한다면 두통 완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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