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선이 달력으로 향한다. “역시나”하는 소리를 나지막이 내뱉으며 그녀는 또다시 다음 달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여성이라면 월경은 한 달에 한 번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지만 그녀에게는 꽤 오랫동안 월경이 없었다. 매달 날짜를 체크하는 것이 그녀의 주된 스트레스라고 할 정도로 그녀에게 생리불순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하는 숙제가 되어 버렸다.
 
  동의보감에는 ‘병이 생겼다면 여자는 항상 생리 상태와 임신 여부를 반드시 따져라’는 말이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 명의 허준 선생도 여성의 월경을 건강과 직결되는 요소로 여겼던 것이다. 월경은 인간의 건강뿐 아니라 생명의 탄생과 직결되는 인류의 중대한 문제였다. 오랜 생리불순으로 난임을 걱정하고 있는 박지원 학생(경영학부 4)과 함께 박민영 교수(산부인과)의 진료실을 방문했다.
 
-생리불순의 정확한 진단 기준을 알고 싶어요.
“생리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생리양이 불규칙한 경우를 생리불순이라고 해요. 여성의 생리주기가 21~35일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생리불순이라고 진단하죠. 생리가 24일 이내로 되풀이 되면 빈발월경, 생리주기가 35~40일 이상으로 길어진다면 희발월경, 6개월 이상 월경이 없다면 무월경이라고 불러요. 지원 학생의 경우는 희발월경에 해당되겠네요.”
-생리불순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생리불순은 난소기능부전이나 여성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올 수 있고 극심한 스트레스, 지나친 운동, 급격한 체중변화 등의 외부 요인으로 유발되기도 해요. 또한 호르몬을 관장하는 뇌하수체에 이상이 있거나 제산제, 소화제 같은 약물을 복용한 뒤에도 생리불순이 생길 수도 있고요.”
-생리불순은 유전적인 영향을  받나요.
“생리불순은 가족력과 무관해요. 검사 결과로는 병인을 알기 힘든 상태지만 스트레스가 생리불순의 원인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4학년이라 취업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들었어요.”
-저는 왜 생리가 불규칙한 거죠.
“지원 학생이 생리불순을 앓게 된 원인은 사실 불명확해요. 호르몬 검사에서도 호르몬 불균형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어요. 지원 학생보다 장기간 생리가 불규칙했던 사람이라면 피임약을 사용해 생리주기를 조절할 수 있겠지만 지원 학생은 그것도 불가능하겠네요. 우선적으로 운동을 통해 체중을 줄여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임신에 대한 걱정도 많다고 했는데 결혼 후 재차 병원에 방문하여 규칙적인 배란을 유도해보는 게 어떨까요.”
-생리불순이 다른 질병으로 심화될 수 있나요.
“생리불순은 특정 질병의 전초 증상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에요. 생리불순이나 무월경의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의 경우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암과 같은 자궁 관련 질병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크죠. 그러므로 생리불순의 원인을 단순한 컨디션 악화라고 생각하지 말고 정확하게 검진을 받으셔야 해요. 최악의 상황에는 난임과 불임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해요.”
-자궁내막증은 무엇인가요.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막에서 기원한 내막 세포가 몸 속 어딘가에 잘못 붙어 생기는 병이에요.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간혹 생리혈이 똑바로 흐르지 않고 위쪽으로 역류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때 자궁 안쪽에 내막 세포가 달라 붙게 되면 자궁내막증이라고 하죠.”
 
▲ 초음파 검사 결과 자궁에서 작은 물혹들이 발견됐으나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에서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라고 진단을 받았어요.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호르몬의 이상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질병이에요. 난소에 여러 개의 물혹이 생기는 증상으로 무배란성 월경, 다모증을 동반하는 질환이죠. 만약 여드름과 털이 많이 나고 당조절이 안되는 증상이 있다면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의심해 보아야 해요. 지원 학생은 과거에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라고 진단을 받았지만 다행히 현재는 증상이 완화된 상태네요.”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는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높다고 들었어요.
“기형아를 출산할 것이라고 믿는 여성들이 일부 있지만 낭설일 뿐이에요. 기형아 출산의 여부는 다낭성 난소증후군과 연관성이 없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나요.
“다낭성 난소증후군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거하면 완치가 가능해요. 과체중이 원인인 환자는 살을 빼면 되고 불규칙한 수면, 식습관이 원인인 환자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되겠죠. 생활습관을 고치는 데는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요.”
-생리불순 치료를 받다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나요.
“생리불순의 치료법으로 피임약을 먹는 방법이 있어요. 간혹 호르몬제에 민감한 환자들은 약을 복용하고 어지러움이나 구토를 호소하더라고요. 그럴 경우엔 주사 치료를 권하기도 합니다.”
-천생리대가 생리통 완화에 효과적이라고 하던데요.
“의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실은 아니에요. 하지만 천생리대를 사용한 뒤 생리통이 완화된 환자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죠. 개인의 상태에 따라 천생리대가 생리불순 완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여성 청결제가 저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원하는 제품을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여성 청결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가려움 증상을 초래할 수 있어요. 질염이나 골반염이 있는 여성들에게 사용을 권하지 않아요.” 
 
▲ 박지원 학생이 정확한 검진을 위해 박민영 교수와 상담을 하고 있다.
-생리불순과 생리통에 좋은 음식을 추천해주세요.
“음식 조절만으로는 생리불순과 생리통을 완벽하게 해결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치료와 함께 식습관 조절이 병행된다면 효과는 충분히 나타날 거예요. 우선 인스턴트 음식을 가급적 피하고 과일이나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해보세요.”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는데 생리불순이 악화될까 걱정돼요.
“추운 날씨는 혈관을 축소시키고 원활한 혈액 순환을 방해하죠. 질염과 생리불순의 요인이 될 수 있어요. 가을과 겨울에는 하체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옷을 입으시고 보온에 신경을 써 생리불순을 예방하길 바랍니다.”
-여자 혼자 산부인과에 가는 것이 꺼려져요.
“많은 여대생들이 남자 의사 선생님을 기피하거나 병원은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산부인과 검진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그런 학생들을 위해 중앙대병원에서는 캠퍼스 레이디 클리닉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병원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증상을 여러번 설명해야 했던 기존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바로 검사를 받아볼 수 있게 하고 있죠. 캠퍼스 레이디 클리닉은 학생의 병력을 듣고 치료부터 교육까지 한 번에 다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꼭 추천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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