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과 생활비 혼자 도맡아
어머니 계신 미국행 꿈꾸다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아마 떠나기 전, 여행을 상상하는 순간일 것이다. 고된 일상에 지칠 때 여행을 떠나는 달콤한 상상은 현실을 버티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취업에 대한 고민과 고된 아르바이트로 팍팍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첫 해외여행을 떠날 생각에 가슴이 뛰는 학생을 만났다. 그는 도서관 앞 벤치에서 밥버거를 음미하고 있었다.


-밥버거를 좋아하나.
“밤이 되니까 출출하다. 아까 먹다가 남은 건데 공부를 끝내고 마저 먹는 중이었다.”
-무슨 공부를 하다가 나왔나.
“이제 4학년이어서 취직을 위해 토목기사 자격증 공부를 했다.”
-취직에 대한 부담을 느낄 것 같다.
“고민이 많다. 어떻게 취업을 해야 할지 혹은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아직 확신이 없다. 게다가 당장 생활에 닥친 고민도 있어 걱정된다.”
-어떤 고민인지.
“등록금과 생활비 모두 한국장학재단에서 대출받고 있다. 생활비는 한 학기에 150만 원 정도 빌려주더라. 지금까지 3개 학기를 대출받아서 1,000만 원 정도 상환해야 하는 빚이 있다.”
-한 학기에 150만 원이면 생활비로 부족한 금액 아닌가.
“추가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마련한다. 매달 50만 원 정도면 버틸 수 있다. 주로 공사판에서 일한다. 아무래도 앞으로 취직할 분야가 건설이다 보니 미리 현장실습도 할 겸 찾게 됐다.”
-힘들지 않나.
“힘들다. 하지만 젊으니까 운동하는 셈 치고 일하는 것이다. 요새는 돈 주고도 운동하지 않나. 나는 돈을 벌면서 운동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웃음)”
-언제부터 생활비를 스스로 충당하고 있는지.
“20살 때부터 학교와 관련된 돈은 혼자 마련해왔다. 중앙대로 편입하기 전에는 국립대에 다녀서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충당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사립대생이다 보니 등록금 액수가 너무 비싸서 부담된다.”
-다음학기에는 바로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 예정인가.
“휴학할 예정이다. 해외여행을 가 본 적이 없어서 미국, 캐나다, 남미 쪽을 3달에 걸쳐 여행하기로 했다. 더 길게 가고 싶지만 내년에 졸업을 앞두고 있어 3달로 만족해야 한다.”
-아메리카 대륙 쪽으로 경로를 정한 이유가 있나.
“어머니와 누나가 미국에서 살고 있다. 가족 사정으로 어머니가 10년 전에 어머니와 누나가 미국으로 떠났다. 지금은 LA에서 세탁소를 하고 계신다.”
-어머니를 자주 보는지.
“미국에 있다 보니 만나 뵙기 어렵다. 어머니가 10년 동안 3번 정도 한국에 와서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미국에 가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분이 새로울 것 같다.”
-미국은 부모님이 영주권이 있으면 자식도 받게 된다고 들었다.
“나도 미국 영주권이 있다. 미국에 가서 살까 고민도 했었는데 그 당시 군대를 가야해서 미국에 못 갔다. 그런데 군대를 갔다 오니까 대학을 마저 다니고 싶었다. 그래서 이제야 미국을 가게 됐다.”
-앞으로 미국에서 살 생각이 있나.
“고민 중이다. 주변에서 듣기로는 미국에서도 내 전공을 살려 취직할 수 있다고 하더라. 영어는 못하지만 미국에서 살게 된다면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볼 생각이다. 외국에서 넓은 시야를 갖고 사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큰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일종의 흥분감이 느껴진다. 어머니는 내가 미국에서 일을 구해 정착하길 원하신다. 나보고 한 번 미국에 와보면 계속 살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시더라. 장담하시는 그 말이 호기심을 많이 자극했다.”
-어머니는 미국에서의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듯한데.
“어머니가 말씀하시기를 미국은 기술 하나만 배워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라고 한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삶의 여유와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고도 하셨다. 그러면서 내가 한국에서 아둥바둥 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이셨다.”
-여행 경비는 어떻게 모을 생각인가.
“일단 어머니와 누나 집에서 머물면 되니까 거주비를 아낄 수 있을 것 같다. 이동할 때 드는 여행 경비는 아르바이트로 벌 생각이다. 막연하지만 그래도 목표가 생기니까 힘이 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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