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박가현 기자

 

 

 

 

 

 

 

 

 

 

 

 

 

 

강한 비트와
특색 있는 목소리로
삶의 방식을
음악에 담아내다

노래에 드럼이 들어가면 분명 시끄러운 음악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밴드가 여기 있다. 신명나게 드럼을 두드리는 이선규씨(25)와 비트 사이사이를 기타와 목소리로 채우는 변하은씨(23)가 그 주인공이다. 드럼은 곡에 어울리는 리듬을 군더더기 없이 들려주고 보컬은 애써 힘주지 않아 듣는 이를 편하게 해준다. 그들의 무대를 기억하는 관객은 “그때 걔네!”라는 말로 그들을 회상한다. 무대에서 내려온 밴드 그때걔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선규씨가 드럼에 매료된 건 중학생 때였다. 드럼의 커다란 몸집에서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에 반해 취미로 삼게 됐다. “사실 그땐 배우고 싶은 게 많았어요. 드럼도 그 중 하나였죠. 취미로 여겼던 드럼을 전공으로 생각하게 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무언가 하나는 끝까지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음악을 좋아하는 건 모든 뮤지션의 공통점이겠지만 변하은씨에게는 더 특별하다. 항상 음악과 함께하면서도 곡 작업이 취미라고 그는 말한다. “음악이 일로 느껴진 적은 없어요. 기타도 늘 들고 다니면서 틈 날 때마다 연주하는 편이고요.”
 

  음악과 하나된 그는 곡을 구상하는 시간이 길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킨다. “선규형은 주로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데 저 같은 경우는 직접 경험한 일을 옮기기보단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곡에 담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렇다보니 제 안에서 답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죠. 그래서 작사할 땐 시집을 읽기도 해요.” 
 

  그는 영화에서도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남녀의 사랑을 다룬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였다. 여주인공 썸머의 매력에 빠진 그는 영화를 보며 느낀 감성을‘썸머’라는 곡에 담았다.

  하은씨는 감미로운 목소리에 통기타의 울림이 합쳐진 검정치마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반면 선규씨는 드럼의 비트가 두드러지는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RHCP)를 좋아한다. 자연히 그때걔네의 음악도 두 밴드의 중간 쯤에 놓이게 됐다. “밴드의 편성은 정해져있지만 이 안에서 어떤 음악을 할지 한정하고 있진 않아요. 각자가 하고 싶은 음악을 작곡해 다양한 곡을 가지고 활동하다보니 팝 쪽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주로 통기타와 보컬로 편성된 팝에 리듬감을 돋구는 드럼을 가미한 것이 그때걔네만의 매력이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패기도 그들의 무기다. 그때걔네의 노래를 듣다보면 화성이 때때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성은 멜로디를 받치면서 곡의 분위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뻔한 진행을 피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작곡을 하면서부터 줄곧 화성의 진행에 신경을 썼죠.” 두 사람은 그때걔네만의 개성이 담긴 음악을 만드는 데 공들이는 중이다.
 

  일정한 박자를 각각 다르게 채우는 리듬도 그들의 개성을 살리는 데 힘을 실어준다. “악기 구성이 적은 만큼 리듬을 좀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구성하려고 해요. 베이스가 없는 걸 고려해 기타와 보컬, 드럼에서도 전반적으로 저음을 많이 쓰는 편이죠. 무대가 끝난 후에도 동료가수들에게 소리가 빈다는 말은 못 들어 봤어요. 오히려 베이스 없이도 듣기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들의 음악에 숨결을 불어넣어 주는 건 하은씨의 창법이다. 저음을 묵묵히 울리다가도 탁 트인 두성을 내어 듣는 이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여유있는 창법으로 노래하는 그가 유일하게 힘을 들이는 부분은 고음에서다. 음이 서서히 올라갈 때면 그의 목소리도 고조된 감정을 드러낸다. “복식호흡을 하는 보컬이 많은데 저는 두성도 썼다가 흉성도 써요. 소리를 내는 방법이 복합적인 편이죠. 시원하게 내지르지 않으니까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더라고요.”


  모든 무대가 그렇듯 그때걔네의 무대도 두 사람의 연습이 이뤄낸 결과다. 선규씨는 반복되는 연습에 지루해질 때면 평소 좋아하던 곡을 틀어놓고 드럼의 리듬을 따라친다. 그러다 다시 연습에 임하면 지루했던 곡도 새롭게 보인다. 반면 하은씨는 기타를 칠 때나 보컬 연습을 할 때도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먼저 피아노로 쳐가면서 음계를 따라 불러요. 기타는 코드진행을 여러 방향으로 바꿔서 쳐보기도 하죠.” 계속되는 연습 때문인지 그들은 짧은 경력에도 무대에 강한 밴드가 됐다. 드럼의 흥겨운 리듬과 보컬의 깊은 음색으로 채워진 그때걔네의 음악은 청중들을 공연장으로 이끌고 있다. 

 

영화 OST를 듣다보면 그 노래가 흘러나오던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음악이 장면을 불러일으키지만 부지불식간 잊혀지고 만다. 아련한 기억들의 경계선을 순간 뚜렷하게 만드는 이가 있다. 선규씨가 바로 그 역할을 했다.


  작년 늦가을 즈음의 어느 날이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들려오던 노래에 어렴풋이 떠오른 추억이 선규씨의 감성을 건드렸다.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경험이라는 생각에 곡을 작업하기 시작한 그는 두 시간 만에 이 곡을 완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래를 듣다가’는 여러 사람들에게 각자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음악과 함께한 기억들은 선규씨의 마음에 유난히 오래 머물러 그의 음악에 영감을 준다. 
 

  선규씨가 단숨에 써내려간 곡이지만 단조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은씨가 노래의 흐름을 타고 때론 힘있게 때론 가볍게 불러서다. 기타 반주가 잔잔해지고 ‘노랠 듣다가’라는 가사가 나오면 번져나왔던 그리움도 잦아든다. 선규씨의 음악을 듣다 보면 평범했던 일상이 특별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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