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소형 복사기부터 사무용 대형 복합기, 플로터에 의료기기까지 생산하는 회사가 있다. 다국적 기업인 캐논의 한국지사 캐논 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은 캐논과 롯데의 합작 회사로서 제품의 판매뿐 아니라 생산까지도 담당하고 있다. 비즈니스 솔루션에서 플로터의 상품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여일구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두 명의 면접관이 한 명의 지원자에게 60분간 쉴 틈 없이 질문하는 캐논의 ‘구조화면접’. 대부분의 지원자가 당황하며 자신을 포장하기 바빴을 그때 여일구 동문(경영학부 05학번)은 꾸밈없는 솔직한 답변으로 면접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던 캐논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캐논에 대해 설명해 달라.
  “캐논코리아는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CKBS), 캐논코리아 컨슈머 이미징(CKCI), 캐논 세미컨덕터 엔지니어링 코리아(CSEK)등 세 개 회사로 나뉜다. 내가 속한 비즈니스 솔루션은 캐논과 롯데의 합작 회사로서 롯데 계열사다. 그래서 인사와 경영 시스템은 롯데 그룹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가정용 잉크젯프린터, 사무용 복사기, 의료기기 등을 만들고 있다.”
 

  -본인은 어디에 속해있나.
  “비즈니스 솔루션의 마케팅 부문 중 복사기가 아닌 대형 기기들을 총괄하는 시스템 장비 파트에 속해있다. 제품마다 담당 마케터가 정해져 있는데 나는 비즈니스제품 중 대형 프린터인 플로터를 담당하고 있다. 플로터에 대한 상품 기획을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비즈니스 솔루션 합격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롯데그룹은 L-TAB이라는 인적성 검사를 먼저 실시한다. 검사 결과와 지원 서류를 바탕으로 1차에서 통과되면 면접에 응시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구조화면접, 그룹토의, PT면접, 임원진면접의 4가지 면접을 8시간에 걸쳐 실시한다. 롯데 입사 과정에서는 한 가지 면접만으로 당락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각 면접만의 특징이 있을 것 같은데.
  “구조화면접에서는 60분간 두 명의 면접관이 한 명의 지원자에 대해 속속들이 물어본다. 그룹토의에서는 여러 명이 조를 이뤄 얘기를 나누는 것을 평가하는데 보통 찬반토론을 하거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눈다. PT면접에서는 한 시간 동안 자신의 발표 내용을 정리해 전지에 적어서 발표해야 한다. 임원진면접에서는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지원자의 인성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평가한다.”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한 비결이 있나.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구조화면접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장점만을 극대화시켜 보여주려고 자신을 포장하다 보면 끊임없는 질문에 당황하는 순간이 온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그런 마음으로 면접에 임하니 십 분도 채 안 돼 긴장이 풀렸다. 부족한 점을 물어보고 트집을 잡으면 인정을 하며 스스로도 그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렇게 40분이 지나자 면접관들의 눈빛이 온화해지고 대답하기 쉬운 질문을 하더라. 그때 면접을 잘 마쳤다고 직감했다.(웃음)”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취업을 준비할 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거다. 상경계열을 전공하고 취직할 수 있는 분야 중 마케팅 분야가 내 적성과 가장 잘 맞는 듯했다. 여러 회사에 최종 합격 후 연봉과 직무 모두 나와 잘 맞을 것 같았던 캐논 입사를 결정했다.”
 

  -다양한 회사에 지원했나보다.
  “4학년 2학기 때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처음 취업 준비에 뛰어들었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데다 원서를 7개밖에 쓰지 않아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때 지인이 ‘낚시대 하나만 놓고 그거 하나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과 낚시대 20개를 달아놓고 곁눈질로 바라보는 것 중 선택하라’는 얘기를 하더라. 확률적으로 20개의 낚시대를 달아놓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학기에는 상향, 적정, 하향을 고루 지원한 결과 좋은 소식들을 들을 수 있었다.”
 

  -비즈니스 솔루션 입사에 특히 중요한 것이 있다면.
  “일본계 기업인 만큼 일본어 실력이 좋은 사람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 외에는 기본적인 학점과 영어성적을 갖추면 좋다. 스펙과 더불어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공부는 필수적이다. 나는 인터넷으로 조사하기보다는 현재 회사를 다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방법으로 공부를 했다. 공부 외적인 부분에서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다면 입사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본인만의 스토리가 있나.
  “학부시절 군대를 다녀오자마자 가정 형편이 매우 나빠졌다.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할까 하다가 140만 원 정도를 모아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70만 원으로 호주행 티켓을 사고 나머지 70만 원을 갖고 무작정 호주로 떠났다. 농장에서 일하는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낸 9개월은 정말 힘들었지만 내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때 돈이 왜 무서운지도 알게 됐고 자신감도 생겼다. 이 이야기를 하니 면접관들도 좋아하더라.”
 

  -어떤 점에서 성장했다고 느꼈는가.
  “우선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해본 게 처음이었다. 그 전까지는 집에 가면 밥부터 돈까지 모든 것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집도, 밥도 아무것도 없고 학원비도 내가 벌어야했다. 호주에서 일하면서 일하는 만큼 돈을 받는 과정이 당연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됐다.”
 

  -취업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인재개발센터에서 하는 대기업 취업스터디를 5개월 정도 했었다.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니 트렌드도 읽기 쉬웠고 정보 공유가 활발했다. 자소서 첨삭이 가장 잘 이뤄졌는데 면접관이 다양한 만큼 누군가는 좋게 생각하는 점을 누군가는 나쁘게 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첨삭을 받으며 하나하나 수정해나갔다.”

  -자기소개서 작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나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기소개서를 미괄식으로 쓰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말을 길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 자기소개서의 기본은 하고 싶은 말을 가장 간결하게 두괄식으로 쓰는 것이다. 기업체에서는 구체적인 것도 좋아하기에 근거가 없는 말은 하지 말고 ‘왜?’라는 물음에 곧바로 답할 수 있는 정도의 근거를 갖춰야 한다.”

 

  한 우물을 파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던 여일구 동문의 취업 전략은 캐논의 취업문을 활짝 열었다. 캐논의 다양한 업무교육을 거친 그는 어느새 전문 마케터로 성장해 있었다.
 

  -상품 기획을 담당한다고 했는데 어떤 일을 하나.
  “내가 관리하는 플로터는 일본에서 수입을 하고 있기에 캐논 본사와의 소통이 주된 업무다. 그렇다 보니 일본 직원과 자주 통화해야 해서 영어나 일본어를 잘 한다면 도움이 된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카탈로그를 보고 어떤 제품이 한국 시장에 잘 맞을지를 결정한다. 그 다음에는 가격과 물량을 협상하고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물건이 들어오는 통관 일정을 계속 확인한다. 가장 어려운 점은 이 다음에 이어지는 가격설정이다. 복사기나 프린터는 본체뿐 아니라 소모품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전공지식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다른 회사보다 체계적인 업무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연간 정해진 시수만큼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대학처럼 전공필수, 교양필수, 직무필수가 있다. 나 같은 마케터는 마케팅 관련 수업을 일정 학점 이상 듣고 시험을 봐야 한다. 작년에는 마케팅 직무 초급을 이수했고 지금은 전화영어를 배우고 있다.”
 

  -외근도 나가는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외근을 나간다. 마케터도 시장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영업사원이 가져오는 정보만으로는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마케터는 시장이 원하는 프로모션을 기획해야 한다. 특히 비수기 때는 경쟁사도 다 프로모션을 하기 때문에 직접 시장에 가서 정보수집을 한다.”
 

  -마지막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한 후 취업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회사 동기 18명 중 6명이 퇴사를 했고 그룹 동기도 1년 뒤에 3박 4일 재교육을 하면 30%는 없더라. 나간 사람들 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못 견뎌서 나간 것이다. 얼마 전에 책에서 ‘인생 시계에 연연하지 말라’는 말을 봤다. 평균적으로 83세를 산다고 생각하고 83년을 24시간이라고 생각하면 한 살 정도는 인생시계 24시간 중에 몇 분에 채 지나지 않는다. 1,2년 정도 늦는다고 아파하지 말고 그 시간 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 


  기업탐구생활 : 캐논코리아
  1933년 일본 도쿄에서 고급 소형 사진기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정기광학연구소가 캐논의 시작이었다. 캐논은 ‘공생’이라는 기업이념을 바탕으로 문화, 습관, 언어, 민족 등의 차이를 따지지 않고 모든 인류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
 

  캐논 코리아는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CKBS), 캐논코리아 컨슈머 이미징(CKCI), 캐논 세미컨덕터 엔지니어링 코리아(CSEK)으로 나뉜다. 비즈니스 솔루션은 사무기기를, 컨슈머 이미징은 카메라 등의 영상기기, 세미컨덕터 엔지니어링은 반도체를 제작하는 장비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즈니스 솔루션의 사업부는 컨슈머, 비즈니스, 의료기기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컨슈머제품으로는 가정용 잉크젯프린터를 생산 중이고 비즈니스제품은 사무용 복사기와 책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PS기를 포함한다. 캐논의 장점인 광학기술을 바탕으로 안과에서 사용하는 도수 측정기구 같은 의료기기부터 초점을 재는 기구까지도 만들고 있다. 이외에도 심장제세동기(AED), 디지털 엑스레이 투사 기계 등을 제작 중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