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벚꽃이 만연한 봄이겠죠? 학교 공강 시간 때마다 자주 가던 터방내 커피 맛은 그대로인지. 또 여전히 무한도전은 재미있는지요. 저는 현재 한국의 모습이 궁금한 여행자입니다. 지긋지긋한 학교를 벗어나고 싶었고 졸업을 앞둔 올해 초, 마지막 학기를 등록하는 대신 세계 여행을 꿈꾸고 한국을 떠나는 항공권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볼리비아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꿈꿔왔던 여행이지만 지금 저에겐 볼리비아 이후의 일정이 사라졌습니다. 희망꽃학교 때문입니다. 지긋지긋한 ‘학교’를 저 스스로 찾아갔습니다.

 희망꽃학교는 볼리비아에서도 가장 못사는 주인 포토시에 속해 있는 뽀꼬뽀꼬에 설립을 목표로 부지선정까지 완료된 상태입니다. 뽀꼬뽀꼬마을 아이들은 누울 자리도 변변치 않은 흙집에 살며 교육이 아닌 노동에 동원됩니다. 기본적인 위생, 성교육과 같은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말입니다. 학교가 있어도 학용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볼펜 한 자루를 사기 위해서는 버스로 3시간이 걸리는 수크레마을까지 가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학용품원정대를 기획해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직접 전달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행용품이 담겨 있던 배낭은 이제 아이들을 위한 학용품으로 가득 찼습니다. 우리가 짊어지기에 힘이 부치면 당나귀를 빌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전달해 주기 위해 산을 넘어 아이들을 만나러 갑니다. 내일이면 아이들을 더는 학교에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을 하면서요. 그 누구도 이 아이들에게 학교를 빼앗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켜보았을 뿐입니다. 

 뽀꼬뽀꼬 주민들은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며 7~80%의 사람들이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여가를 음주로 보낼 정도로 알콜 의존도도 높습니다. 우리는 이곳 사정을 고려해 말을 타고 아이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움직이는 도서관, 자동차 정비 직업학교, 특수아이들을 위한 협동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월 1일 희망으로 향하는 첫 삽을 떴습니다. 학교가 완공되기를 바라며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대학생들과 사회인이 이곳에 모여 재능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눈을 마주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이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학교가 완공되기 전까지 자원봉사자들은 각자의 재능을 기부해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자발적으로 아이들에게 이발을 해주고, 마을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습니다. 봉사확인서나 보상은 전혀 주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당연하다는 듯이 누렸던 것들을 이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진짜 보상은 아이들의 행복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우리는 매일 웃고 매일 슬프고 또 매일 희망에 차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진심만으로 학교를 세우기 위해 어떠한 대기업, 주요언론의 홍보나 지원을 받지 않고 아날로그방식의 홍보를 통해 후원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후원금 또한 백원부터 만원까지만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마음들이 모여 학교의 벽돌 한 장 한 장이 쌓이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학교를 짓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진심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교육은 선택이었습니다. 내가 원해서 공부했고 가고 싶어 대학에 왔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학교가 지겹다고 느꼈고요. 이제서야 얼마나 소중학 ‘학교’였는지 깨닫습니다.

지금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왜 우리가 이것을 해야하는지 전부 담기에 공간이 턱없이 작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poor happy에서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1,600 km 떨어진 볼리비아에서, 모교를 그리워하며.

송민정 학생(연극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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