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들이 사악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법률로써 다스린다면, 온 나라를 반듯하게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춘추전국시대에 법치를 주장했던 한비자의 『한비자』 중 일부입니다. 그와 같이 사람은 본래 악하다고 본다면 이는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한비자의 생각이 옳았던 것일까요? 지난 5일 정보통신센터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수강신청을 시도하는 학생에게는 포탈시스템 접속을 차단할 예정’이라고 알렸습니다. 대학본부가 학생들이 ‘사악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제재에 들어간 것입니다.
  
  꽤 많은 학생이 수강정정 시 매크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유는 이러합니다. “수강신청 망하면 한 학기가 날아가잖아요. 그렇다고 컴퓨터 앞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없고.” 망한 수강신청을 매크로와 같은 방법으로라도 되돌려 놓겠다는 겁니다. 매크로를 돌려놓고 할 일을 하다 보면 원하던 시간표가 완성돼 있으니 얼마나 편할까요.
 
   하지만 제 혼자 편하자고 한 일치고는 주변에서 감수해야 할 불편이 너무 큽니다. 일단 매크로 사용은 학교 서버상의 부하를 일으키게 됩니다. ‘매크로 하나 가지고 무슨’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생각을 몇백, 몇천 명이 한다면 상황은 다릅니다. 마치 만화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쏘는 원기옥처럼 여러 학생이 매크로를 모아 서버를 과부하시킨다고 생각해 보면 매크로 하나의 힘이 얼마나 큰지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분명 수강신청에 실패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 또한 불만스러운 한 학기를 보내야 할 겁니다. 모두 똑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수강정정 사이트만을 바라보고 있겠죠. 이 상황에서 ‘나만 아니면 돼’식의 생각으로 매크로를 사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이기적인 행동입니다. 수강신청을 실패했던 한 학생은 “매크로 사용은 다른 학생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매크로를 사용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매크로 사용이 적발돼 IP를 차단할 때 정보통신센터에서는 해당 학생에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왜 나한테 전화를 하냐’, ‘매크로 돌린 게 무슨 잘못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매크로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매크로를 사용한 그 마음이 ‘비도덕적’인 거죠.
  
  한비자와는 달리 사람은 본래 선하다고 본 공자는 덕치를 주장했습니다. 덕만으로도 사회를 안정적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을 믿는 덕치를 할 것인가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법치를 할 것인가요? 대학본부의 제재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규제로 우리가 가진 ‘덕’의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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