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선인들의 말에는 틀린 점이 없습니다. 국가예산과 대학등록금을 심의하는 모양새가 윗물과 아랫물을 보는 듯해서입니다. 
 
  둘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시간약속 면에서는 둘 다 낙제점입니다. 새해 예산안은 법정 기일을 지키지 못하고 해를 넘겨 통과됐습니다. 시간이 늦어지면 심의는 졸속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 예산의 경우 일정이 늦어지면서 쪽지 예산이 남발되는 등 졸속 심의가 빈번했습니다. 
 
  중앙대 등심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조직개편으로 등심위는 연기를 거듭해 촉박한 상황에서 열렸습니다. 조직개편과 맞물려 촉박하게 등심위 일정이 진행되면서 학생대표자들에게 양질의 자료가 적절한 시간에 제공되지 못했습니다. 올해 등심위는 총 4번 진행됐지만 학생대표자들은 2차 회의 때까지 대학본부에 요구한 자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3차 회의가 돼서야 원하는 자료를 받았지만 검토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학생대표자들은 방대한 예산회계 자료를 촉박하게 검토해야 했습니다. 
 
  대학본부가 조직개편으로 바빴다고는 합니다. 그러나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등심위는 등록금책정에 필요한 자료를 학교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학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합니다. 조직개편으로 바빴던 것이 정당한 사유인지는 의문입니다.  자료를 늦게 받은 학생위원들이 이를 등록금심의에 충분히 활용 못 한 것은 분명한 잘못입니다. 국회는 졸속이지만 쪽지라도 남발했습니다. 2차 회의 동안 중앙대 학생위원들의 손은 허전하기만 했습니다.
 
  국회 예결산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는 특히 등심위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정부 예산안 가운데 불필요한 부분은 삭감하고 필요한 부분은 증액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계수조정소위원회는 여야 동수로 구성됩니다. 때마다 다르긴 하지만 여야가 동수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산안이 졸속으로 심의되고 지각 처리되어도 정부 예산안에 대해 민주적으로 토의하고 의결할 수 있는 인식과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 것입니다.
 
  중앙대의 등심위는 학교 측 대표 3명과 학생 측 대표 3명으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여기에 총장이 임명하는 외부 전문가가 의결에 참여해 학교와 학생 의결권은 불균형한 상태입니다. 싸움도 쪽수가 맞아야 하는 법입니다. 시작부터 공평하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적이고 균형적인 토론은 불가능합니다.
여야는 올해 예결위 상설화를 합의했습니다. 위원회를 자주 열어 예산심의도 제대로 하고 행정부의 예산안도 잘 감시겠다는 것입니다. 윗물은 작지만 자정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아랫물이 따라갈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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