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사건 서면을 마무리 짓는다. 부당해고·차별시정·임금체불 등의 사건들이 연속해서 들어와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 학보사를 시작해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야 그만두었던 대외활동을 하던 나날들 마냥 나는 오늘도 늦게 잠자리에 든다. 그렇다. 난 오늘도 대학생활의 연장선에서 글을 쓰며 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목적은 다르지만. 
 
 학내 커뮤니티나 캠퍼스 안에서는 화석이라 불리는 29살, 길기만 했던 나의 20대도 끝을 보인다. 대학을 벗어나 직장생활을 하지만 일반 기업에 들어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기들과 나의 직업은 조금은 다르다. 공인노무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 서면 작성에 노동법 강의 그리고 법률 자문까지. 나의 직업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공인노무사라는 선택을 하는 것에는 막연한 사명감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의 길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보람찬 삶을 살고 싶었다. 세상의 소금이 되어보자던 그 결심. 하지만 전역 무렵에 문득 떠올린 ‘뭐하고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 또한 무시할 수는 없었다. 여튼 25살 풋풋한 때의 막연한 선택이 29살의 오늘의 나를 결정지었다. 순간의 선택이 날 멀리도 이끌어 왔다.
 
 그 때문일까? 아침마다 몸에 꼭 맞는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거울 앞에서 자신에게 다짐을 하곤 한다. 세상의 소금을 꿈꾸던 때를 잊지 말자고. 그렇게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통근길을 지나, 책상 앞에 앉아 일을 한다. 매일매일 새로운 일을 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 속에 파묻혀 오후가 지난다. 그러다 업무를 마무리하는 새벽에는 시험을 시작하면서 품었던 생각 중에 ‘먹고 살 수는 있겠지’라는 고민 쪽으로 기우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아침마다 세상의 소금이라는 결심을 되새겨 보지만 결국 꿈은 사라지고 일만 좇는 내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지나가는 나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한다는 어떤 사람과는 달리, 새벽 1시에 하루를 마무리한다. 넘치는 일 덕분이다. 입사 1년차, 사회학과를 졸업해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보겠다며 시작한 이 길이, 사명감 없이는 어려운 일임을 알아버렸다. 
 
 같이 시험을 준비하던 사람들 중에 아직도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난 비교적 운이 좋아 업계에서 일 할 수 있었지만, 문득 중요한 것을 잊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먹고 살기위해 포도청이 돼버린 나의 위장을 채우느라 양심까지 먹어 치워버린 것은 아닐까? 
 
 그냥 노무사는 많다. 하지만 훌륭한 노무사가 되는 데에는 굳은 심지와 결심이 필요하다. 합격했다고 으쓱거리며 일하면서 지나간 1년이라는 세월, 그 세월을 허투루 보내기는 싫었다. 그래서 난, 약자의 눈물을 닦는 노무사는 아닐지라도 유능한 노무사가 되자는 결심을 새로이 하며, 오늘 아침에도 세면대 앞에서 다짐을 한다. 세상의 소금이 되자고.
 
김수완 동문
더원 노무법인 재직
사회학과 05학번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