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광장에서 광장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지난 1일 기자가 만난 한 취재원이 했던 말입니다.

  매주 월요일 기자는 중앙인 커뮤니티를 배회합니다. 취재를 하다가다도 수시로 중앙인 커뮤니티를 확인하곤 합니다. 중앙대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죠. 학내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기 위해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채널이 ‘중앙인 커뮤니티’라는 것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중앙인 커뮤니티의 익명성이 대학본부를 상대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담감을 덜어주기 때문이겠죠.

  지난해 캠퍼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교육조교 사태 역시 중앙인 커뮤니티를 통해 학내에 알려졌습니다. 한 대학원생이 교육조교로 일하며 느꼈던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는 글을 청룡광장에 게시한 것입니다. 이 글은 하루 만에 폭발적인 추천수를 기록했습니다. 글을 쓴 대학원생은 물론 해당 글에 공감하며 추천을 누른 학생들도 익명성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달 30일 중앙인 커뮤니티의 기반인 익명성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행정지원처장이 한 학생에게 익명성 뒤에 숨지 말고 본인의 신분을 밝히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익명성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얼굴 없는 글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중앙인 커뮤니티에서 익명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는 바입니다.

  청룡광장 이용수칙에도 허위사실이나 악의적인 허위주장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청룡광장 이용수칙에 따라 이번 사건이 악의적인 허위주장이라면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된 글이 익명성을 방패막이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신원을 밝힐 것을 요구하며 해명이 없으면 학칙에 따라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는 행정지원처장의 글이 위협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청룡광장은 여러 사람이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중앙인의 광장입니다. 지나친 제재가 이뤄진다면 광장으로써의 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조교 사태와 같은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겠죠. 이번 사건이 그 전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될 따름입니다. 중앙인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활발한 토론의 장이 형성되길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