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고질적인 문제야. 갑자기 왜 쓰겠다는 거야?”


기자들이 열심히 기삿거리 브리핑을 하다보면 으레 듣는 말입니다. 항상 문제지만 그렇다고 이제와 기사로 쓰기엔 생뚱맞은, 때를 놓친 기삿거리를 두고 하는 말이죠. 흔히 언론은 ‘시의성’을 갖춘 기사를 써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사건을 보도할 땐 새로워야 하며 시기적으로 뒤지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항상 문제였던 문제들’은 새롭지 않을뿐더러 지면에 싣기엔 뜬금없다는 느낌을 줍니다. 열심히 취재해왔을 기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중대신문도 그렇게 엎어지는 기삿거리들이 참 많습니다.


장바구니 정정기간 즈음 ‘복수전공 여석이 한 자리도 없다’는 기자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분명 한두 번 들은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문제인 건 알겠는데, 기사를 쓰긴 써야겠는데 고놈의 시의성 때문에 어떻게 기사를 써야할지 막막했습니다.


저만 골머리를 앓은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대학보도부장이 야심차게 ‘탐사추적’이라는 코너를 제안했으니까요. 탐사추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학내 문제들을 ‘당연하게 다루는’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경험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일반 보도기사와 차별점을 두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지난주 첫 선을 보인 탐사추적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개강호(1798호)에 실린 ‘탐사추적-수강신청편’에 소개된 학과를 기억하실는지요. 복수전공 여석이 특히나 안 열려 복전생들이 힘들다던 A학과에서 신문 발행과 동시에 복(부)전생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자과생들만 이용할 수 있었던 학과 커뮤니티에 복(부)전생들을 위한 게시판을 개설함은 물론 그동안 왜 그렇게 수강신청이 어려웠는지에 관하여 꼼꼼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주 사소한 변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전생을 위한 여석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몇몇 학생들 사이에서 중대신문의 역할(?)이 새삼 회자되기도 했다니 기분이 퍽 좋습니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자신감이 피어오릅니다. 이런 사소한 변화가 모여 중앙대에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자신감 말입니다.


이번주는 잔디밭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잔디밭의 낭만을 꿈꿔보신 적 있을 겁니다. 잔디밭에 누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연인과 달콤함을 속삭이는 그런 낭만, 저도 그려본 적이 있으니까요. 행여 잔디를 밟을까 총총거리며 돌아가던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봤습니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출입이 금지됐던 잔디밭이 이제는 조금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오래전 하워드 진의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혁명적 변화는 한 차례의 격변의 순간으로서가 아니라 끝없는 놀람의 연속, 보다 좋은 사회를 향한 지그제그꼴의 움직임으로 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