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남양유업의 대리점주에 대한 횡포로 온 국민의 비난을 샀던 사례는 우리 사회 곳곳의 갑을 관계를 조명하게 만들었다. 사회 속 ‘갑의 횡포와 을의 눈물’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대학 내 청소노동자들, 이들이 바로 학교 혹은 용역업체인 갑에 예속된 을이다. 숭실대도 예외는 아니다.


  남양유업 사태가 일어난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8일(수), 숭실대에선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처음 만들었다. 노조 설립과 동시에 청소노동자들은 그동안 감내해 온 부당한 처우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용역업체가 법이 보장한 주5일 근무제를 무시하고 토요일에도 일을 시키거나, 정당하게 주어진 휴식 시간에도 환경캠페인을 빌미로 무급 청소를 시키는 노동 착취를 했다는 것이다. 연차휴가 또한 자세한 공지를 전혀 하지 않았고 이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임금도 타대와 비교해 낮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청소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 왔는지 금세 알 수 있다. 현재 노조는 용역업체에 ▲임금 인상 ▲유급 휴게시간 보장 ▲자유로운 연차휴가 시행 ▲주5일 근무제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노조가 설립된 지 3주 만인 지난달 29일(수) 용역업체와 1차 협상을 가졌고, 오늘 3일(월) 2차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청소노동자들의 권리 투쟁은 숭실대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청소노동자들 문제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용역업체에 일차적인 문제가 있지만 용역업체와 계약한 대학들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학들은 오랫동안 청소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용역업체에 그 책임을 전가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사실상 이중의 사용자로부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대학이 직접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예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청소노동자들도 대학의 구성원 아닌가. 서울시립대는 올해부터 청소노동자 전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모든 대학들이 이와 같은 노력을 보인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적어도 학교에서 꿋꿋이 길게는 10년 이상 근무해 온 청소노동자들이 권리를 보장받도록 깊은 관심을 보였으면 한다.


  아울러 대학의 주인이자 주체인 학생들도 소외된 약자, 청소노동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부당 해고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2011년, 학생들은 반짝 관심을 갖다가 그 이후 경과에 대해서는 다시 무관심해졌다. 아마도 많은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아예 관심 밖으로 돌려버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청소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 처해 있고, 더러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투쟁 중이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와 먼 곳도 아닌 바로 우리 옆에 있다. 청소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 이를 외면하거나 무관심해서야 어떻게 대학생이라 할 수 있겠는가.

박지원 편집국장(숭대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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