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경희대 양 캠퍼스에서 봄 대동제가 진행됐다. 물론, 전국의 학보사 기자들에게 대동제는 ‘진정한 대학생활의 로망’이 아닌 ‘무슨 사건이나 사고가 벌어지지 않나’ 유심히 살펴보는 한 주로 더 크게 다가온다. 대학주보 기자들도 대동제 기간 동안 ‘즐긴다’는 마음으로 ‘취재’를 했고, 일부 기자들은 너무 취재 도중 ‘즐긴’ 나머지 기자의 본분을 소홀히 해 편집장의 꾸중을 듣기도 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총학)들은 저마다 매년 서로 다른 주제를 내걸고 준비하지만, 대다수 우리나라 대학들의 대동제는 연예인 중심의 획일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일부 대학 대동제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이 총 출동해 해당 대학의 학생뿐만 아니라 타 대학 학생들, 심지어 많은 취재진까지 몰리기도 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타 대학을 향한 부러운 마음이 샘솟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 대동제에서 연예인의 공연이 끝나고 나면 행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2년 전 대동제 취재 당시 경험한 바다.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연예인이 행사의 마지막 공연을 펼쳤고, 축제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그 연예인의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이제 가자”며 자리를 뜨기 시작해 순식간에 절반이 넘는 좌석이 비어버렸다. 연예인으로 인해 축제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축제가 단순히 ‘보는 것’에만 그쳤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던 셈이다.


  우리학교도 2년 전까진 어떤 연예인이 오는지 홍보를 하고, 학생들도 연예인 자체에만 관심을 가졌다. 이에 대학주보는 2년 전부터 ‘연예인 중심’의 축제에 ‘예산낭비’, ‘일회성 축제’ 등의 근거로 비판의 목소리를 가했는데, 그 결과 양 캠퍼스 총학생회(총학)는 축제에서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고, 학생참여 중심의 주제가 담긴 축제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총학의 변화는 대학가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서울캠퍼스는 올해 대동제의 주제를 ‘책’으로 하고 유명 저자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하고 D.I.Y. 부스를 운영해 재생공책, 책갈피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비록, 학생 참여가 적은 행사들이 있어 아쉬움은 남았지만, 축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책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외부 언론의 주목도 많이 받았다. 국제캠퍼스도 그동안 설 곳이 없어 연습실에만 머무르던 학내 음악동아리들에게 무대를 마련해줘 그들을 목소리를 맘껏 뽐내게 했다.


  본래 대동제의 의미는 클 대(大), 한가지 동(同), 축제 제(祭)자로, ‘크게 한데 모이는 축제’라는 의미이다. 사실 유명 연예인의 초청은 더 많은 학생들을 끌어 모으는 큰 홍보 효과는 있겠지만, 해당 공연이 이뤄지는 시간은 축제가 진행되는 사, 나흘의 기간을 통틀어 겨우 10분 남짓에 불과하다.


  축제 때 유명 연예인이 오지 않으면 어떤가. 축제의 주인은 바로 우리들이다. 이제 ‘보는 것’을 넘어 직접 만들고, 참여하는 대학축제의 모습을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범석 편집장 (경희대 대학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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