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인형은 장난감 이상이다. 엄마보다 투정을 잘 받아주고 때론 아빠보다 얘기를 더 잘 들어주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와 인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임에도 아쉬움이 있다. 사람이 아니라 사물이기에 2%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애틋한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바로 유아교육과 인형극 소모임 ‘한 땀’이다. 
   
 
  인형을 한 땀, 한 땀, 만든다고 해서 ‘한 땀’이라고 지어진 인형극 소모임은 18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닌 단체다. 95년도에 한 유아교육과 교수님께서 인형극을 만들어 유치원 방문 공연을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곧 유아들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소수의 학생이 모였다. 그리고 정성 들여 인형을 제작해 인형극 공연으로 이어갔다. 전국적인 인형극제에도 출전하며 각종의 상을 휩쓰는 황금기도 누렸다. 하지만 인형극의 활동무대가 매우 좁아지면서 현재는 방문 및 자체공연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2학년들이 집행부로서 한 땀을 이끌고 있어요. 1, 2학년들이 뭉쳐 인형을 제작하고, 대본 만들기와 더빙 녹음, 연기 연습과 무대 공연까지 굉장한 단합을 보이며 열심히 준비하죠.”라고 회장 엄지희씨(유아교육과 2)가 설명했다. 
   
 
  유아교육과는 학과 특성상 3, 4학년부터 유치원 실습에 참여해야 한다. 때문에 따로 소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웠고, 한 땀은 자연스레 저학년들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고학년이 없다고 해서 과소평가는 금물. 구성원 한 명 한 명 모두가 느끼는 인형극에 대한 애정 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우리는 3월부터 모여서 연습을 시작해요. 5월에만 3~5회 정도의 유치원공연이 있거든요. 그 뒤로는 12월에 루이스 홀에서 펼칠 ‘한 땀 인형극제’를 바삐 준비해요.” 그들은 방학 때부터 전원이 모여 인형 구상 및 소품 구매부터 꼼꼼히 살핀다. 그 뒤로 14명의 신입생 전원이 참여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을 만들고 연습에 들어간다. 이게 다가 아니다. 2학년들은 각각 한 명의 후배를 맡아 적극적인 코칭을 지원하며 더빙을 준비한다. 수개월 동안의 반복된 연습은 비로소 인형과 인물을 한 몸으로 일심동체 시킨다. “연습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게 돼요. 그전엔 잘 몰랐던 디테일에 더 신경 쓰게 되고 목소리 톤이나 감정표현에서도 훨씬 더 자연스러워져요.” 그렇게 인형극제 때는 비로소 인형극 마스터들로 거듭나는 것이다.
   
 
  유아교육과에는 총 두 개의 소모임이 있다. 다른 소모임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일찌감치 한 땀을 택했다. “사실 그저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 가입했죠. 그런데 유치원 방문공연을 경험하면서 정말 많은걸 느꼈어요. 아이들의 웃는 모습이 그렇게 예뻐보이더라고요.” 아이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는 3학년이 돼서야 찾아온다. 그러나 하루빨리 어린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덜컥 가입한 한 땀은 후회 없는 선택으로 돌아온다. “집행부가 선배들의 도움 없이 소모임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때론 힘들기도 해요. 하지만 공연을 하다보면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우리끼리 좋은 추억들도 많이 생겨서 즐거워요.”라고 부회장 강지현씨(유아교육과 2)는 말한다.      
 
 
 어린 아이라면 누구나 ‘인형이 사물이 아니라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남몰래 품고 있을 법하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젊은 대학생들은 인형에 생명을 불어 넣어줬다. 인형을 손바닥에 끼워 말을 하게 만들고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인형극을 준비한 것이다. “공연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막 소리를 질러요. 악당이 나오면 ‘안돼!’하고 삿대질을 하고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해요.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덩달아 신나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유아교육과에 입학한 멤버도 단 한 번의 공연을 통해 변했다고 하니, 그들이 느끼는 희열은 상상초월인 셈이다. 
   
 
  한 땀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큰 혜택 외에 3,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시작할 교부제작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손재주가 없는 학생도 꼼꼼하지 못한 학생도, 2년 동안 한 땀 한 땀 인형을 만들면 장인이 된다. 처음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떠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띠게 된다. 3학년이 되면 소모임을 떠나야하겠지만 그들은 굳이 먼 미래를 보지 않는다. 신입생과 함께하는 엠티도 즐겁고 일주일에 2번씩 모이는 연습도 재밌고 온갖 행복한 추억들로 하루하루를 만드느라 정신없기 때문이다. 
 
 
글?사진 윤예지 기자 readitnow@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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