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자 고요하던 흑석에도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활기가 돈다는 말이다. 이런 학내 분위기처럼 새 학기를 맞이한 중대신문 역시 웅성거렸다. 다름 아니라 이번 호의 여론과 칼럼을 담아내는 지면이 훨씬 다채롭고 양적으로도 풍부해졌다는 말이다. [타대생각], [요즘 나는], [월요논단]과 같은 지면에서는 학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에 이전보다 훨씬 공을 들인 것이 엿보인다. 하지만 학내 소식을 담아내는 보도의 부분에선 기계적 중립에 가려, 사안의 쟁점을 잡아내는 날카로움이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앞으로 중대신문이 좀 더 날카롭고 뾰족한 핀셋이 되어 학내의 이슈와 그 핵심 담론을 짚어 올리는 언론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이번 호에서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중대신문의 수습모집 광고이다. 작년 한해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를 패러디한 모양인데, 그 이미지는 수습모집이라는 의도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섹슈얼한 이미지를 차용한 지면은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마치 삼천궁녀를 거느린 듯한 표정의 남성, 그의 뒤에서 지긋이 손잡아주는 두 여성이 찍힌 포스터는 자신의 밑으로 여기자를 거느리며 여성편력을 부리는 남성권력자의 모습을 연상케했다. 

  <녹지>의 입장에서 말한다. 이를 보고 어느 여학우가 주체적이고 평등한 여기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원하겠는가? 이 포스터와 훈남훈녀 많은 동아리라는 문구로 새내기를 유혹해 모집하는 행위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독자들의 이목을 끌기에만 집중했을 뿐, 포스터가 파생시킬 반여성주의적 분위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대학신문의 효시라는 타이틀을 걸고 발간하는 신문인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포스터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안서영 녹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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