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들이 모여 있는 집합소 같아요. 평상시엔 다들 평범한 척 하지만 저희들끼리 모이기만 하면 미친 듯이 솔직해지고 유쾌해져요.“ 함께하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신선한 재미가 있다고 Day’s Tripper의 CP 최다현(신문방송학과 2)씨가 말한다. 도대체 어떤 집합소가 또라이들로 득실거리냐 물으면 그들은 자신있게 손들어 ‘신문방송학과 라디오 소모임 <오락실>이요!’라고 외칠 만큼 배짱 있는 그룹이다. 
 
   오디오의 ‘오’, 즐거울 락(樂)의 ‘락’을 가져와 만든 소모임 오락실은 처음부터 마냥 똘끼(?) 넘치는 모임은 아니었다. 2011년 당시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던 장지웅(신문방송학과 3)씨는 진지하고 정통 저널리즘적인 면모를 갖춘 라디오 소모임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랐다. 후배들이 많이 지원할 거라 내심 기대했지만 실은 뜻밖의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동기지만 딱히 친하진 않았던 08학번 다섯 명이 모였어요. 아! 저게 바로 이 친구가 처음에 사람 모은다고 만든 홍보 포스터에요. 저렇게 유치찬란했다니까요?”라고 팀원 하나가 빛바랜 포스터를 가리키며 짓궂게 말한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진행된 첫 회의는 열 손가락이 오그라들 만큼 낯간지러웠기에 더욱더 생생히 기억난다. 하지만 그런 긴장감도 잠시였을 뿐. 어색한 사이였을 때 시켰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다 녹았을 때쯤엔 우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동료애를 느끼며 비교적 혼란스러웠던 라디오 방향성도 확고히 잡을 수 있었다. “제가 일했던 지역방송에는 동네 아줌마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어요. 너무나 사소한 내용들을 담은 사연들이었지만 직접 기획을 하는 저도 듣는 재미를 느낄 정도로 좋았거든요.” 소박함에서 매력을 느낀 그는 이 감정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방송 제작을 추진시켰다. 신문방송학과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와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 바로 허송세월, 수다방의 이인자씨 그리고 Day’s Tripper였다. 
 
   독특한 이름들을 지닌 이 프로그램들은 창단 멤버들의 의도대로 단순하고 일반적인 얘기들을 전했다. 술자리에서 침 튀기며 열변을 토하게 만드는 정치 얘기부터 복도에서의 엉큼한 교수님 뒷담화, 미어터지는 과실에 삼삼오오 모여 몰래몰래 나누는 선배들의 CC 러브드라마까지, 유치하고 매우 평범한 주제들이 최고의 방송 아이템으로 창조되곤 했다. 그 중 가장 획기적이었던 방송은 바로 ‘라면왕 선발대회’였다. 자취생특집을 계획하던 멤버들은 아이템을 구성하기 위해 회의 중이었다. 그러다 공허한 배가 구슬프게 지저귀던 멤버 한 명이 자취생의 생존 필수품인 라면 얘기를 꺼냈고 대화는 자연스레 신방과에선 누가 요리를 잘하는지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게 됐다. 쓰라린 위와 고독한 영혼을 엄마처럼 잘 달래주는 라면이 그들의 뇌리를 완전히 정복시킬 찰나에 불쑥 튀어나온 한마디. ‘야! 라면을 여기서 끓이는 건 어때?’ 
  
  도대체 누가 학교에서 요리를 하며 녹음을 하고 방송에 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깊게 생각해보면 별 볼일 없는 기획이었지만 요리 좀 한다, 말 좀 한다는 세 명의 신방과 인물들이 모여 라면을 끓였더니 기적을 일으켰다. 방송 총 8회 만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조회수 1000을 넘기는 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결과였다.
  
  톡톡 튀는 개성의 오락실 멤버들은 듣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그저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방송에 대한 진지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방송을 위한 노력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저 다를 뿐이다. 그들은 ‘20대’하면 자동적으로 떠올리는 뻔한 이미지들로부터도 탈피하고자 애썼다. 20대를 떠올리면 마치 연관검색어처럼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청춘, 스펙, 학업 등 이런 진지한 주제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쉽게 예상할 만큼 식상하고 흔해빠진 이야기에서 벗어나 오히려 20대의 위트 넘치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많은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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