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학로는 ‘아르바이트 천국’이다. 대학생들은 일명 ‘천국이’가 됐다. 낮이면 학교, 밤이면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불태우는 천국이들. 월급날이면 시급 4,580원에 맞춘 급여를 받고 활짝 웃으며 돌아간다. 야간에 근무해 시급이 5,000원으로 오르면 그야말로 ‘럭키’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야간근무는 임금에 50%를 가산한 수당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아는 학생들은 드물다. 설사 알더라도 사장님께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복한 아르바이트 만들기 캠페인’이 시작됐다. 사회학과 학생 4명으로 이루어진 이 팀은 “최저임금이 다가 아니다”고 외치며 근로계약서 작성을 홍보하고 있다. 캠페인 팀을 대표해 황도연씨(사회학과 3)를 만나봤다.

 

▲ 황도연씨가 팸플릿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까지만 해도 함께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는 평범한 사회학과 학생이었던 그들. ‘사회를 바꾸고 싶어 사회학과에 들어왔다’지만 그들은 정작 위법투성이인 아르바이트부터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익숙한 탓에 제대로 된 문제의식을 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중앙대 교수학습지원단에서 지원하는 프로젝트인 CLP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그들의 캠페인이 시작됐다.


  대학생들 대부분의 알바선택 우선순위 1위는 ‘시급’이다. 최저임금에 근로시간을 곱한 금액과 받은 급여를 비교해보고 급여가 더 많다면 만사 OK다. 그러나 황도연씨는 묻는다. “근로계약서는 쓰셨어요?” 순간 아르바이트에 지원할 때 제출했던 서류가 계약서인가 잠시 헷갈린다. “올해 1월부터 근무 기간과 수당은 물론 연장근무 수당까지 명기돼있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의무화 됐다”고 그는 덧붙인다. 근로계약서를 꼭 써야하는 이유는 뭘까? 법으로 정해져있기도 하지만, 말로만 논의되던 권리가 문서로 명기돼있는 계약서를 작성해야 효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덧붙여 아르바이트도 분명한 근로라는 점을 확인해주기도 한다.
이들은 흑석동의 ‘알바 실태’ 파악을 위해 단과대별로 설문지를 돌리고 무작위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대다수가 근로계약서의 문제점은 물론 존재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업장이 망해서 급여를 받지 못한 학생, 사전 약속한 아르바이트 시간 외의 근무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학생, ‘묻지마 야간일’에 동원된 학생들은 하나같이 “운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중앙대와 흑석동 일대에서 개인 사업장과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는 사업장을 제외하고 총 200여 개의 사업장을 분류해 일일이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근로계약서 작성을 권유하고, 받아들인 사업장에는 ‘근로계약서 작성 업소’ 스티커를 붙였다. 결과는 의외였다. 언짢아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알려줘서 고맙다며 커피도 내주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공간을 빌려주기까지 했다. 지금은 80여 개의 업소가 캠페인에 동참한 상태다.


  수업 들으랴 과제 하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캠페인에 열중하는 그들. 처음 아르바이트 실태 파악을 위해 뛰어다닐 때는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잠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학교 측에서도 지원을 하겠다는 연락이 왔고, 함께 하고 싶다는 학생의 연락도 조금씩 늘고 있다. 팸플릿을 돌리고 피켓을 들고 외칠 때마다 무관심하게 지나쳐가는 학생들을 보는 게 가장 힘들었다는 그들은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이 마냥 반갑고 기쁘다.


  행복한 아르바이트 만들기 캠페인은 이번달이면 끝난다. 하지만 프로젝트 기간이 끝난 후에도 활동은 지속될 예정이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근로계약서 작성은 물론, 이외에 알바생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모토는 ‘당연한 것이 당연해지는 그날까지’. 흑석동의 모든 ‘천국이’들은 주저 말고 이들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좋아요’를 눌러보자. 행복한 아르바이트가 성큼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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