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작 10분 전, 카페 앞에는 긴 줄이 생긴다. 줄을 서있는 학생들은 수업이 다가올수록 초조해한다. 그리고 되도록 빨리 가기 위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들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제조법이 간단해 가장 빨리 나오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그때 메뉴판을 유심히 살피며 주문대 앞에 서는 학생이 등장한다. 표정을 보아하니 그린티 스무디에 휘핑 듬뿍, 샷 추가까지 할 기세다. 그때 그녀가 재빨리 말한다. “아메리카노 이외엔 시간이 좀 걸려서 수업에 늦을 수도 있어요.” 아르바이트 경력 4년 차, 이제 손님의 눈빛만 봐도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카페알바계의 베테랑, 안성캠에 위치한 그라찌에 아르바이트생 윤나이씨(가족복지학과 4)다.

 

▲ 주문을 받은 윤나이씨가 진동벨을 건네고 있다.


  윤나이씨의 용돈 지출 목록 1위는 커피.하루에 에스프레소 두 잔은 필수요, 믹스커피는 선택이다. 그런 그녀에게 카페 아르바이트는 어쩌면 ‘숙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대학에 오자마자 카페에서 일을 시작했고, 잠깐의 휴학 기간 빼고는 졸업반이 된 지금까지 계속해왔다. 개강 첫 날부터 카페에 머무르는 일은 어느새 일상. 그럼에도 그녀는 “좋아하는 커피와 관련된 일이라 늘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라찌에에서 일하면서 알게된 건 남학생들의 음료 취향이 의외라는 것이다. 그라찌에가 있는 원형관은 상대적으로 경영경제계열 학생들의 수업이 많다. 그래서인지 이른바 ‘차도남’들이 자주 방문하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휘핑 많이요.” 오히려 부드러운 인상의 여학생이 아메리카노를 외치고, 한 손에 담뱃갑을 들고 카리스마 있게 서있는 남학생이 블루베리 스무디를 외치는 것을 볼 때마다 그녀는 속으로 웃음이 터진다.


  그녀가 쌓아온 경력만큼 사장님이 그녀에게 거는 신뢰도 높다. 전에 일하던 카페에서는 일하던 카페를 통째로 빌려 동아리 행사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녀에게 정이 많이 든 사장님 덕분이었다. 지금 일하는 카페도 마찬가지다. 일한 기간이 비록 세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장님은 그녀의 유동적인 시간표와 불규칙적인 공강 시간에도 너그럽다. 급하게 잡힌 팀플도 웃으며 보내주신다.


  이제는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긴 그녀. 알바에 매달리느라 학업을 챙기지 못하는 많은 학생들과는 달리 그녀는 공강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되 모조리 쏟아 붓지는 않는다. 자신에게 필요한 시간을 따져본 후 알바를 하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 졸업반인 그녀는 졸업논문을 준비하면서도 계속해서 알바를 이어간다.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졸업을 앞둔 그녀는 카페를 ‘멀티숍’이라고 정의한다. 차를 마시는 다방이자, 친구들과 모이는 장소이자, 친구를 기다리는 벤치이자, 과제를 하는 공간 역할을 모두 다 카페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한 달이 지나면 그녀는 학교를 떠나 다른 카페를 알아볼 것이다. 그곳에서 몇 년, 혹은 몇 십 년을 머물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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