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에 위치한 대형 검출실 중 하나인 엘리스(The ALICE detector). 이곳에서 힉스 입자의 존재를 발견하기 위한 입자 충돌실험이 진행됐다.                                                                                                          사진제공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
 
<힉스입자>

글 싣는 순서

1. 표준모형 : 근원으로 가는 길 - 입자물리학과 힉스입자
2. 힉스입자의 발견과 과학적 의의
3. 힉스입자의 발견 이후 남은 과제
 
힉스입자로 추정되는 입자의 발견으로
 
초대칭이론과 암흑물질, 중성미자 등
 
입자물리학 전반에 새로운 과제가 생겨났다.
 
지난 7월 4일 CERN에서는 질량이 125 GeV인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 입자는 양성자에 비해 130배 정도 무거운 입자로서 지금까지 알려진 대략적인 성질들은 표준모형의 힉스입자와 상당히 비슷하다. 입자의 성질은 질량과 스핀, 그리고 그 외의 전기 전하를 포함한 내부 양자수에 의해 결정된다.  CERN에서 발견한 새로운 입자는 두개의 광자(photon)로 붕괴하는 것으로부터 관측되었기 때문에 이 입자는 스핀이 0 또는 2인 보존(boson)이며 전기적으로 중성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관측된 사건의 수가 많지 않아서 통계오차가 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 입자가 표준모형의 힉스입자인지 아닌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 통계오차가 줄어든다면 이 새로운 입자의 정체가 좀더 명확해질 것이다.  
 
만일 이 입자가 표준모형의 힉스입자로 판명된다면 1967년에 S. Weinberg에 의해서 제창되었던 표준모형이 드디어 완성되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향후 입자물리의 주요과제가 강입자 가속기에서의 강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일과 표준모형의 정밀검증이 될 전망이다. 이 과제들은 학문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복잡한 계산들을 많이 해야 한다. 상상력과 직관력으로 우주 만물의 신비를 밝히려는 연구성향을 보이는 다수의 입자물리 이론학자들은 우주론이나 암흑물질 연구 등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입자실험분야에서는 LHC에서 발견한 힉스입자의 성질을 자세히 연구하기 위해서 국제 선형 가속기를 건설하려고 할 것이다. 
 
만일 125 GeV 입자의 성질이 표준모형의 힉스입자와 다른 것으로 판명된다면 이는 표준모형을 완성하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결과이다.  이 경우에는 표준모형의 여러 확장들을 연구하여 LHC에서 얻어지는 실험결과와 비교해서 새로운 물리법칙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것이며 입자물리학은 새로운 르네상스 시기를 맞이할 것이다. 이미 중성미자의 질량과 진동, 그리고 암흑물질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표준모형의 확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확장을 LHC에서 검증할수 있는지는 각각의 모형에 따라 매우 다르다. 아래에서는 새로운 물리법칙을 몇 가지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약한 상호작용이 중력에 비해서 왜 훨씬 강한지에 대한 질문이 소위 게이지 계층성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힉스입자의 질량이 플랑크 질량에 비해 왜 훨씬 작은지를 설명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이에 대한 여러가지 가능한 해답들이 제시되었는데 가장 많은 사람들의 각광을 받는 이론이 초대칭이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CERN의 LHC실험에서 초대칭입자들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초대칭입자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앞으로의 실험에서 초대칭입자가 발견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게이지 계층성 문제의 해답으로서의 초대칭모형에 대한 동기는 많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만일 초대칭 입자가 10여년 후까지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가속기에서의 초대칭모형 연구에 대한 관심이 많이 사라질 것이다.  반면에 우주론에서의 초대칭 모형은 계속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힉스 입자의 발견이 21세기 초의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한다면  20세기말의 가장 놀라운 발견은 아마도 우주의 대부분이 우리가 전혀 모르는 물질로 되어있다는 것이리라. 오랫동안 인류는 우주만물이 원자로 되어있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지난 1,20년간 우주의 여러 성질들을 정밀관측 해본 결과 우주의 약 25%는 암흑물질로, 70%정도는  암흑에너지라는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원자는 우주질량의 5%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힉스입자는 원자를 이루고 있는 쿼크와 전자에 질량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암흑물질의 성질(질량과 스핀 등)을 전혀 모르기때문에 암흑물질의 질량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도 현재로서는 알수가 없다. 또한 표준모형의 중성미자도 아주 작은 질량을 가지고 서로 섞이는 성질을 지니는데 그 질량과 섞임의 기원 역시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암흑물질과 중성미자의 성질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이들의 질량의 기원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일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물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실험들은 이미 전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다른 재미있는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공간차원이 3차원인지 아니면 우리가 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이 있는지 하는 문제이다. 일상 생활의 경험에 따르면 우리가 3차원 공간에서 산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부가차원 공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두가지 상이한 예를 통해 살펴보자. 전선 또는 파이프를 멀리서 보면 1차원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2차원 곡면으로 되어있다. 2차원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전선에 충분히 가까이 가야한다. (입자물리의 관점에서 작은 부가차원을 보기위해서는 입자가속기의 에너지를 높여야 하는것에 해당한다.)  또다른 예는 2차원 면에서만 움직일수 있는 개미 입장에서 자기가 사는 2차원 면의 외부인 3번쨰 공간은 직접 가볼수 없는 예를 생각할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어떤 경우에나 부가차원의 성질에 따라서 LHC에서 이를 검증해볼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만일 부가차원이 있다면 LHC에서 새로운 입자들이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발견될 것이다. 물리학자들이 양자중력을 해결하는 유일한 이론으로 믿고있는 초끈이론에서는 수학적인 모순이 없기 위해서  반드시 부가차원이 존재해야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부가차원의 탐색은 실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연구과제이다. 
 
지난 7월 CERN에서 발표한 125 GeV입자의 발견은 입자물리학 더 나아가서 자연과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새로운 장 뒤에 새로운 내용들이 많이 있을지 없을지는 실험만이 대답을 해줄 수 있다. 125  GeV 입자의 성질이 표준모형의 힉스와 다르게 판명된다면 이는 입자물리학계에 새로운 과제들을 던져줄 것이고 많은 새로운 이론들이 검증대상이 될 것이다.  새로운 물리법칙의 실마리가 LHC에서 발견되기를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고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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