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들었던 카페가 하루아침에 없어진다니! 차 한 잔의 여유를 사랑하는 중앙대 학생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아트센터 3층에 있는 카페 쿠벅. 곧 사라진다는 말이 떠돈 건 오래지만 이번엔 진짜 같다. 쿠벅과 함께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도 잊힐 것이다. 누구보다 폐점이 섭섭할 알바생은 어떤 심정일까. 새내기 티를 막 벗었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지금은 졸업반이 된 아르바이트생 노하나(심리학과 4)씨를 만나봤다. 

▲ 노하나씨가 커피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고 있다.


  2년째 아침이면 아메리카노를 만들고 베이글을 데웠다. 강의시간이 되면 책을 들고 카페를 나섰다. 강의 중간 쉬는 시간, 강의 후 남는 시간에도 그녀가 가는 곳은 늘 쿠벅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쿠벅이 문을 닫게 될 거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계약기간이 다 돼서 재계약하지 않는 한 계속 문을 열 수 없게 된다는 얘기였다. 재계약은 쉽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학교와 쿠벅 사이에 법적인 이야기까지 오간 지금, 카페 쿠벅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할 게 없다. 사장님은 알바생들에게 매번 당부한다. “곧 그만두게 될지도 몰라.”


  쿠벅이 문을 연 지 10년째, 이제 명실상부한 후문의 명소가 됐다. 사람들이 몰리는 등교 시간엔 정류장부터 쿠벅이 있는 아트센터 문 앞까지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한다. 예대 강의가 많은 아트센터에 자리 잡고 있는 쿠벅. 그래서인지 여느 카페와 다르게 예술의 혼이 담겨 있다. 카페와 복도의 경계가 없는 탓에 때때로 발레복이나 한복을 입은 학생이 카페 안까지 들어와 옷매무새를 다듬거나 다리 찢기 연습을 하기도 한다. 노란 금발에 머리띠를 착용한 학생, 기다란 날개를 단 학생 등도 봤다. 다른 카페에 가면 이들은 당연히 주목 대상이겠지만, 이곳에서는 평범한 일상의 일부다. 쿠벅은 영업에 큰 피해가 없는 한 그저 웃으며 지켜보는 편이다.

  그런 탓인지 예대 학생들과 유난히 친분이 깊다. 그녀는 “한 번은 미대 학생들과 의논해 카페 벽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며 “커피를 마시며 책 읽는 학생, 중앙대 로고가 새겨진 건물을 활보하는 학생 그리고 벽화를 그린 학생들의 이름 등이 있는 벽엔 추억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학교 내 예술을 향유하고 있는 카페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쿠벅에게 폐점 통보는 섭섭하기만 하다.
 쿠벅을 떠나는 게 아쉬운 건 정을 붙인 손님들과도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그저 지나치던 교직원이나 방호원 아저씨도 일을 하며 친구가 됐었다. 이제 사람들이 보내던 눈인사, 청소부 아주머니가 비 오는 날 부쳐주던 파전과도 안녕이다. 친구들에게 사장님 몰래 샷 추가를 해주던 스릴 있는 재미도 이젠 추억이 될 것이다. 


  쿠벅이 없어지면 노하나 씨는 어떻게 될까? 그녀는 “비슷한 종류의 알바를 다시 구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2년 반의 추억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내년에 해외로 교환학생을 떠날 예정인 노하나 씨. 학교로 돌아온 후 빈 터를 보게 되면 더없이 쓸쓸해져 밤마다 쿠벅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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