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안녕? 선봉 영어영문학과 1학년 1학기 과대 조훈상이야. 1학년을 대표하는 과대로서 영어영문학과에, 그리고 특히 12학번 동기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펜을 잡는다.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려니까 되게 쑥스럽네. 하하.
 

너희들에게 내색을 하지는 않았었지만 나는 학교 오면서부터 과대가 하고 싶었어. 초·중·고등학교때 매번 반장을 도맡아 하던 내가 삼수하며 책상에만 앉아있으니 엉덩이가 정말 간지럽더라고. 그래서 처음부터 ‘내가 뭔가 해봐야겠다!’하는 의욕에 과대를 뽑는 날 몰래 연설을 준비해 갔었지.


이제 과대로서 활동했던 한학기도 끝나가니 지난 학기에 있던 일들이 솔솔 떠오른다. 117명이나 되는 12학번 동기들을 혼자서 이끄려니 생각보다 많이 힘들기도 했어. 과잠바 신청을 받을때는 어찌나 자주 이니셜을 바꾸는지. 특히 여자애들은 5분마다 한 번씩 문자로 ‘오빠 지금 바꿀 수 있지?’라며 나를 괴롭혔었지. 핸드폰 진동이 울릴 때마다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였어. 이제는 나름대로 요령이 생겨 전부 카톡방에 부른 후 ‘모두 조용히 해 해당안되는 사람은 나가’라며 무섭게 이야기를 하는 방법을 터득했지. 하하.


우리 새터때 기억나니? 진짜 다들 꽐라되고 토하고 난리 났었잖아. 그래서 총MT를 준비하면서 선배님들도 또 난리가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으시더라고. 그래서 처음엔 너희에게 술을 조금만 먹으라고 말을 하려고 했어. 그런데 내가 나이도 많고 돌려서 말을 못하는 터라 너희에게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 그래서 준비했던 게 클럽에 올렸던 ‘꽐라의 기준은 4가지로 정할 수 있습니다~’같은 애정남을 패러디한 글이었지.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글을 올리니 너희가 댓글로 공감을 많이 해줘서 너무 고마웠어. 결국 한사람도 토하는 사람없이 잘 끝내서 너무 좋았고.


내가 나온 고등학교에서는 선후배간 위계질서가 굉장히 엄격했었어.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 너희를 대할 때 형이니까 약간은 내려다보던 시절이 있던 것 같아. 특히 한창 일이 많을 때 너희에게 너무 무섭게 대한 것 같아서 미안함이 들어. 안좋은 감정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풀어줘!


마지막으로 우리 다음주면 동기MT 가는 거 알지? 과대로서 하는 마지막 행사라고 생각하고 준비했어. 아직도 안 친한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 꼭 다같이 가서 정말 더 친해지고 돌아왔으면 좋겠어. 동기MT때 보자! 12학번 동기들아 미안하고 사랑한다!
2012년 6월 5일 영어영문학과 1학년 1학기 과대 조훈상 씀

이 편지는 취재원 인터뷰를 바탕으로 진민섭 기자가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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