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부록>
미루지 마세요 내일로

  “아, 떠나고 싶다.” 어딘가 익숙한 멘트 아닌가요? 한번쯤 내 입에서, 혹은 내 옆에 앉은 친구 입에서 흘러나왔을 법한 말입니다. 요즘 같은 시험기간엔 더합니다. 도서관에서 밤새 전공서적을 뒤적이다 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아집니다. 사실 여행이란 것. 그리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만 25세 이하의 나이, 약간의 경비, 집을 떠날 실행력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여행 준비는 별책부록이 돕겠습니다. 당신은 마음의 준비만 끝내시면 됩니다. 자, 준비되셨나요? 그럼 떠나봅시다.

 

 

▲ 내일로 티켓 한 장이면 일주일간 무제한 기차여행이 가능하다.                사진제공 코레일


  방학이 모두에게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올 여름 누군가는 연인과 제주도 해변을 즐길테고, 누군가는 유럽 배낭여행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방에 콕 박혀서 친구들이 올린 사진에 ‘좋아요’나 누르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맞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애인 없고, 돈 없는 사람에겐 여행도 남 얘기다.


  그러나 우울해 하기엔 아직 이르다. 애인 없고, 돈 없어도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조건은 간단하다. 만 25세 이하기만 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내일로 여행’을 떠날 자격은 충분히 갖춰졌다.


  내일로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부담 없는 가격이다. 56,500원이면 새마을호, 누리로, 무궁화호, 통근열차의 자유석이나 입석을 7일 동안 무제한 탑승할 수 있다. KTX도 최대 2번까지 반값에 이용할 수 있다. 양윤지씨(22)는 “내일로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기차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비용 때문에 한 곳만 여행하게 되는데 싼 가격에 많은 곳을 가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다. 교통비만 아낄 수 있는 게 아니다. 각종 숙박업소와 음식점에서 내일로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단, 기회는 방학 때 뿐이다. 이번 여름 내일로는 6월1일부터 9월6일까지 운영된다.
 

  중학생 때는 경주, 고등학생 때는 설악산, 대학생 때는 가평과 청평. 뻔한 국내여행에 지친 사람들에게도 내일로 여행은 추천할만하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볼 기회이기 때문. 정다혜씨(사회학과 3)는 “내일로가 일주일 간 국내여행을 할 명목을 만들어준 것 같다. 보통 국내여행은 2박3일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일주일 간 기차여행을 하면서 좀 더 여유롭게 우리나라를 돌아본 것 같다”고 말한다.


  예기치 않게 멋진 여행지를 만나기도 한다. 기차 노선에 맞춰 여행경로를 짜다보면 잘 모르는 도시를 하나쯤은 거치게 된다. 이빛나씨(사회학과 2)는 “보통 여행을 갈 때 관광지나 유명장소 하나만 생각하고 다녀오게 되는데 내일로 여행을 할 땐 모르는 도시도 어쩔 수 없이 지나가게 된다. 새로운 도시를 둘러보면서 스스로 그 곳의 매력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말한다.


  관광이 아니라 진짜 여행을 해보고 싶다면 홀로 떠나보자. 혼자 내일로를 떠나면 빡빡한 일정에 맞출 필요 없이 자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기보다 발 닿는 대로 가보자. 기차가 지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물어가며 숨은 명소를 찾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혼자 내일로’의 묘미는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이다. 기차 옆자리에 앉은 승객과 말동무가 되거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내일러와 친구가 되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이빛나씨는 “순천만에서 만난 아줌마, 아저씨들이 국밥과 막걸리를 사줬다. 그때 태어나서 처음 막걸리를 먹어봤다”는 추억을 털어놨다. 경주에서 만난 외국인과 친구가 돼서 함께 석굴암, 불국사를 구경하기도 했다.


  지난주 6번째 내일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방윤식씨(23)도 내일로를 통해 친구를 사귀었다. 인터넷을 통해 함께 여행할 동행자를 모집한 것이다. 최근에는 모르는 사람과 내일로 일정을 함께 하는 전체동행, 특정 지역만 함께 여행하는 부분동행이 새로운 내일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방윤식씨는 “내일로 여행을 하면 모르는 사람과도 내일로 여행 중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쉽게 뭉칠 수 있다”고 말한다.


  올 여름을 ‘방콕’으로 보내고 싶지 않다면, 가자 내일로! 낭만적인 기차여행은 물론 핑크빛 인연이 당신을 기다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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