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a(올라)! 희연아. 정말 오랜만이다. 널 못 볼 거라는 생각에 슬퍼하며 한국을 떠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스페인에 온지 한학기 째네. 페이스북으로 서로의 안부는 묻고 살아도 이렇게 펜을 잡으니 감회가 새롭다. 2박 3일 동안 밤새며 내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하던 너에게 꼭 편지를 쓰고 싶었어.


내가 스페인 가기 전에 2년 동안 스페인어를 배워 나름대로 자신 있어 했던 거 기억나? 그리고 영문과답게 영어도 쓰면 되겠지 했었잖아. 그런데 웬걸. 스페인 사람들은 영어를 전혀 못하더라고. 스페인에 가자마자 집 계약을 해야 했는데 돈이 걸려있는 문제라 정확한 의사소통을 해야 했어. 하지만 내 스페인어 실력은 너무나 형편없었지. 구글 번역기 돌려가며 땀을 뻘뻘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물론 지금은 그때보단 훨씬 나아졌지만 말이야. 


네가 남자이야기를 가장 궁금해 했지? 스페인 남자들은 어떠냐고. 난 네 생각과는 달리 아주 인기인으로 살고 있단다.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인기를 누리고 있어. 스페인 남자나 한국 남자나 다 똑같아. 그래도 확실히 스페인 남자들은 hot하더라고. 대쉬를 하는 남자들이 꽤 있었지만 나는 아주 지조있는 삶을 살고 있단다. 내 남자친구에게 꼭 전해줘.
 

요즘 학교는 축제기간이라고 했던가? 스페인은 1년 내내 축제야. 봄이 온다고 봄축제를 하고 여름이 온다고 여름축제를 하고. 요즘엔 어린이들을 위한다고 또 축제를 해. 마치 우리가 이런저런 핑계로 술자리를 만들었던 거랑 마찬가지라고 할까? 그렇다고 맨날 놀러 다니는 건 아니야. 여기도 시험기간이면 다 같이 도서관에 있어.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곳은 상대평가가 아니라 Pass or Fail 제도라 서로 더 도와준다는 점이 다르지. 그리고 출석이 정말 필요 없어. 어떤 친구는 한 학기에 3번 나왔는데 한 달만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치더라니까.


내 이야기 들으니까 스페인이 굉장히 좋아 보이지? 하지만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빨리 보고 싶어! 짧은 편지로는 담지 못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 8월에 한국으로 돌아가면 꼭 2박3일 동안 밤새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줄게. 그럼 안녕!

2012년 5월 23일 이서진(영어영문학과 4)

이 편지는 취재원 인터뷰를 바탕으로 진민섭 기자가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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