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였다. 누구나 재빨리 써내려갈 줄 알았다. 3가지로는 적다며 종이를 꽉꽉 채워 적을 줄 알았다. 생각이 안 난다며, 예시를 들어달라며 당황한 표정을 짓는 학우들을 보며 기자는 더 당황스러웠다. 죽음이 너무 멀게 느껴지는 이십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이기에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적는 '버킷리스트'가 필요 없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팍팍한 우리의 현실이 꿈꿀 여력을 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여주인공 연재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삶을 6개월 남짓 남겨둔 그녀에게 남은 것은 상처뿐인 회사생활과 비굴하게 아껴서 모은 적금 통장들뿐이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왔지만 죽음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변변한 대학도 나오지 못했고, 홀어머니를 모시며 사는 연재에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 인생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해야만 하는 일’로만 가득 차있었다.
연재처럼 우리의 삶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상상해보자. 억울한 일이 너무나도 많다. 우리의 인생은 해야만 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공부를 해야 했고, 대학에 가야했고, 학점을 잘 받아야했으며 토익공부까지 해야 했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할 틈이 없었다. 해야만 하는 일에 치여서 하고 싶은 일은 나중으로, 다음으로 미뤄두기 일쑤였다. 혹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겁내고 두려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십대의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어떤 시기보다 꿈꿀 정당성을 갖고 있는 시기다. 20대의 찬란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열정적으로 이 순간을 채워가고 있는가. 제임스 딘은 말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라”고.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을 살고, 내일 죽을 것처럼 꿈꾸고 있다. 지금 당신을 위한 삶이 아닌, 나중을 위한 삶 혹은 다른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번 사는 인생을 유보시키며 살아가는 것은 너무 아깝다. 당신도 하고 싶은 일을 잊은 채, 해야만 하는 일에 목매고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오롯이 당신만을 위한 버킷리스트를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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