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적으로 우리의 엄마들은 45세를 전후해 갱년기를 겪는다. 갱년기는 난소기능이 약해짐에 따라 여성의 정상적인 호르몬 균형이 무너지는 현상이다. 즉, 지금까지 엄마의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해주던 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엄마의 갱년기를 우리가 눈치채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엄마가 파스를 붙여달라고 해야만 엄마의 무릎이 아프다는 것을 안다. 평소 엄마의 건강을 ‘마음으로만’챙기는 우리가 갱년기를 알아채기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엄마의 갱년기 극복을 위해선, 말하지 않아도 엄마의 갱년기를 눈치 채는 것이 우선이다.
엄마는 갱년기에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게 된다. 갱년기엔 살이 쉽게 찐다. 나이가 들면 기초대사량이 저하하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양을 먹어도 체중이 쉽게 불어난다. 더불어 세포의 운동 능력도 더뎌진다. 세포들이 활발하게 운동에너지를 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특별이 많이 먹지 않아도 엄마의 뱃살이 자꾸만 는다면, 갱년기를 의심해 봐야한다.
엄마가 쉽게 잠들지 못해도 갱년기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침실로 들어간 지 오랜데 방 문 사이로 새어나오는 스탠드 불빛이 꺼질 줄 모른다면, 혹은 엄마가 밤새 소파에서 뒤척인다면 갱년기에 겪는 수면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수면장애는 피로를 누적시키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동반하기 때문에 장기화될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 김준혁(영어영문학과 3)씨는 엄마가 잠자리에 쉽게 들지 못하는 것을 보고 갱년기임을 눈치챘다. 김준혁씨는 “엄마가 편히 잠들지 못하고 평소보다 많이 더워하셨다”고 말했다.
수면장애와 더불어 더위를 많이 타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골다공증 증상도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의 원인은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감소’다. 이상훈 교수(중앙대병원 산부인과)는 “갱년기엔 여성의 정상적인 호르몬 밸런스가 무너진다. 갑작스럽게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여성의 몸이 호르몬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갱년기에 엄마가 겪는 가장 큰 신체 변화는 ‘폐경’이다. 폐경은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다 호르몬 분비가 완전히 중단됐음을 의미한다. 아들이 엄마의 폐경을 알아채기란 전액 장학금을 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딸 역시 엄마가 직접 말을 하지 않는 이상 곧바로 눈치채긴 힘들다. 그러나 엄마의 폐경을 조심스레 짐작해 볼 수는 있다. 엄마는 폐경이 오면 신체적 변화만큼이나 큰 정신적 변화를 겪게 되기 때문이다.
엄마는 폐경이 오면 더 이상 여자로서의 기능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느낀다. 상실감과 더불어 다 커버린 아들, 딸을 보면 혼자가 됐다는 외로움도 느낀다. 엄마가 일일이 신경쓰지 않아도 건강히 생활하는 자식들을 보면 대견하지만, 마음 한 켠의 쓸쓸함은 쉽게 달래지지 않는다. 손재우(경제학과 3)씨는 친척누나를 통해 엄마가 부쩍 우울해 한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손재우씨는 “집을 떠나 생활하다 보니 엄마가 허전해하신다”며 “게다가 무뚝뚝한 아들들뿐이다 보니 엄마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못하게 된다. 엄마가 우울해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주 전화를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이 감소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고, 우리들의 엄마는 모두 갱년기를 겪는다. 만약 엄마의 갱년기가 의심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엄마에게 먼저 전화해보자.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 엄마가 보내준 따뜻한 관심, 이제는 우리가 되갚아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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