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교과 폐지가 결정됐다. 하루아침에 학과가 폐지되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한 지방대 학생의 “군대 다녀오니 학교가 없어졌더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느껴지지 않는다.


  시대적 흐름에서 보자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영수가 주를 이루고 그나마 문과는 사회, 이과는 과학에 집중해야하는 이 때 가정교과의 입지는 과거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다문화주의 사회, 가정의 붕괴 등 가정교과가 포괄할 수 있는 현안도 사회교과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이다.


  가정교육과의 문제가 아닌 가정교과의 문제이기에 본부의 논리는 탄탄하고 설득력 있다. 문제의 요체는 결국 스킨십이다. 사전에 언질이라도 줬다면 학생들이 회의를 거쳐 소통의 창구를 만들고자 노력이라도 했을 테다. 하지만 어느날 하늘에서 떨어진 폐과라는 가혹한 현실을 쉽사리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이 일로 가교과 학생들은 향후 처우문제에 대해서도 본부를 믿지 않을 것이다. 대학본부는 빠른 결정을 통해 힘을 아끼려고 했겠지만 양 측은 앞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낭비할 것이다.


  하다못해 사후 면담에서라도 성의있고 진지한 자세로 설득하려했는지 의문이다. 면담장 분위기는 통보하는 측과 통보받는 측으로 갈렸다. ‘이미 결정된 바에 대해 무엇을 더 말하겠는가’라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 통보하는 측은 통보받는 자들을 이해시킬 의무가 있다. 그것이 통보하는 측의 권위가 짊어진 책임이다. 적어도 ‘대학은 더이상 상아탑이 아니다’거나 ‘커뮤니티의 글을 내려라’는 식의 대처는 최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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