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절대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대학 등록금 문제, 실마리를 찾았다. 최근 정계와 대학가에 반값 등록금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그동안 대학생들은 우리를 빚쟁이로 내몬다고, 부모님들의 가슴을 새까맣게 태운다며 서럽게 울어왔다. 심지어 고통을 참지 못하고 목숨까지 내던졌다. 그래도 한국사회는 침묵했다. 고통 받는 20대, 시름하는 40,50대, 미안한 30대가 침묵의 주체에게 엄중한 경고를 날렸다. 지난 재보선의 결과다. 참패한 여당은 ‘반값 등록금’ 카드를 꺼냈다. 야당도 화답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그 바람을 ‘열풍’으로 바꾸어 대학교육의 비참함을 뒤엎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무상급식에 이은 제2의 표퓰리즘’, ‘세금폭탄’, ‘제한적 등록금 지원’ 등 여권 일부와 보수 신문들은 바람이 미풍에 그치도록 맹공을 퍼붓고 있다. 정치권만 바라보고 있다간 작년 ‘등록금 상한제’와 같이 여야의 적당한 타협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바람을 열풍으로 바꾸는 건 대학, 아니 대학생의 몫이다. 학생 대표자들과 사회참여에 열정적인 대학생단체들이 이 사실을 먼저 간파했다. 그들은 지난 29일 거리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촛불을 들었다. 촛불집회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촛불의 힘은 미약하기만 하다. 일반 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이들과 함께 하길 망설이고 있다. 그 이유야 다양할 것이다. 기말고사와 영어시험, 각종 자격증 준비에 여유가 없어서, 가정형편이 넉넉해 등록금 인하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껴서, 함께 하고 싶으나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몰라서, 어차피 해도 안 될 거라는 회의주의 때문에 이들은 대중매체를 통해서만 그들을 바라본다.

반값 등록금은 좌우(左右)의 영역도, 세대(世代)의 영역도, 보혁(保革)의 영역도 아니다. 현재와 같은 수준이라면 사회 안전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한민국에서 대학 등록금이 주는 절망감을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대학을 졸업한 30대 직장인이, 중고등학생 학부모인 40대가 시위현장에 등장하는 이유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선거를 앞둔 지금이 변화를 위한 최적인 시기다. 내년 선거의 최대 화두는 ‘복지’와 ‘증세’다. 자연스럽게 등록금 인하를 위한 실질적인 재원마련책도 등장할 것이다. 좌우를 넘어 전 세대가 반값 등록금에 주목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난달 29일 시위학생을 연행한 경찰이 학생들에게 “열심히 해서 꼭 (반값 등록금을) 이뤄내라”고 말할 정도다.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이제 학생들이 용기를 낼 때다. 패배주의, 무관심함, 귀찮음을 벗어던지고 촛불을 들자. 변화는 꼭 이루어진다. 반드시 이루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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