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노는 아이들’에 대한 소문이 간간이 기자의 귓가에 들려왔다. “쟤 누구랑 잤대.” 좋지 않은 소문은 더 빨리 퍼지기 마련이듯 그들의 이불 속 이야기 역시 삽시간에 퍼졌다. 하지만 그들의 하룻밤 역사 속에 남자는 없었다. 계속해서 회자되는 것은 여자일 뿐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중요치 않았다. 오로지 주위 사람들의 관심은 그 여자가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혼전순결’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분명 그들의 역사는 여성 혼자 만든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왜 우리는 여성에 관해서만 그리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물론 기자부터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여성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보다는 여성을 더 색안경 낀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걱정되기도 했다. 여성이 처녀성을 상실했을 때 사회의 냉담한 반응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 개인을 넘어선 사회 전반이 색안경을 끼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많이 개방적으로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사회의 색안경은 존재한다. 당신이 여성이라면 “당당하게 성경험이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 혹은 당신이 남성이라면 당신의 애인 혹은 여자 친구의 ‘혼전 성 경험’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이번 호 중대신문은 ‘성 기획’을 야심차게 준비했다. 그 일환으로 ‘성의식과 성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기자가 직접 설문조사를 하던 중 사회의 색안경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여성과 남성의 답변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경험을 묻는 질문에서 남성들은 아무렇지 않게 혹은 자신감 있는 태도로 설문에 응했다. 반면 여성의 경우 답하기를 꺼려하는 듯 보였으며 감추려고 했다. 성경험 여부에 대한 답변 역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꽤나 심했다. 여성이 죄를 지은 것인가. 그것은 명백히 아니다. 하지만 사회의 색안경이 여성들을 당당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부터 여성도 성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 표현하기가 조금은 자유로워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기자가 본 현실은 아니다. 아직도 여성들이 서기엔 한국이라는 사회는 꽉 막힌 사회다.

고인이 되어버린 송지선 아나운서도 일종의 사회적 색안경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임태훈과의 성관계 이야기가 담긴 다이어리가 공개되자 비난 받는 사람은 바로 송 아나운서였다. 네티즌들은 송 아나운서의 행실에 대한 비판을 여과 없이 했으며 몸도 마음도 상처 받은 것은 오로지 그녀였다.


이제 우리의 태도를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여성들은 그들대로 자신의 주체로서 당당함을 가져야하고, 남성들은 자신과 같은 하나의 인간으로서 여성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남성이 자신들의 혼전 성관계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여성에게는 폐쇄적 태도를 보이는 사회 분위기는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 한다면 위와 같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제 지식의 상아탑인 대학에서, 지식인들이 모인 이곳 중앙대에서부터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여성들이 당당해 질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이은샘 종합여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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