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하다, 발칙하다, 경쾌하다…. 작가 전아리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문예창작학과와 중대신문이 주최한 제17회 의혈창작문학상 소설부문에서 「겨울까마귀」로 대상을 수상한 그녀는 현재 단행본 세 권을 출판하고 각종 문학상을 휩쓴 ‘유명 작가’가 되어 있었다. “재밌는 글을 쓰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꿈을 말하는 작가 전아리는 헌책방, 외국 고전소설을 좋아하며 “평소엔 친구들과 노래방도 가고, 노는 것을 즐긴다”는 스물 네 살,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청소년물이 많다. 경험담인가


취재를 바탕으로 정해지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소재도 문체도 매번 쓸 때마다 다양하게 시도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는 이미지를 결정해놓고, 소재로 삼는다. 특히 『직녀의 일기장』이 경험담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경험이나 생각, 이것저것 모두 합쳐서 한 장면으로 만든다.


고등학교 때 독서실에 감금당한 적이 있다. 그때 혼자 밥 먹었던 경험을 『직녀의 일기장』 속 ‘비오는 날 혼자 짜장면 먹는 장면’ 에 넣긴 했다. 가끔 친구들 이름이나 이미지도 쓰곤 한다. 『직녀의 일기장』 속 밴드도 원래 친구들이 하는 밴드 이름이다.


▲트렌스젠더, 무당…. 단편 주인공들이 사회의 마이너리티를 포괄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의식을 담으려고 하긴 했는데, 꼭 비주류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냥 그때는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다.


▲소설 세 권 모두 분위기가 다르다. 작가로서 자신만의 색깔은 무엇이라 보나


심사평을 보면 그때그때 다르다. 특징을 꼽자면 ‘직접적으로, 에두르지 않고’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할까? 작품마다 달라 아직 모르겠다.


▲일찍 등단한 편이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정한 것이 언제였나


12살 때부터 글을 쓰고 싶다고 계속 생각해왔다. 에이브전집이라고 88권짜리 전집이 있는데 청소년기에 그걸 너무 좋아했다. 읽는 것도 재밌는데, 한번 써보니 더 재밌더라. ‘제일 좋아하는 걸 하자’ 싶어서 시작했다. 중학교 때는 시를 썼고,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한 건 고등학교 때다. 요즘엔 덜하지만 일찍 등단한 것에 대해 처음엔 부담감이 많았다.


▲한 작품을 쓰는데 얼마나 걸리나


단편은 20일정도, 장편은 50일? 단편과 장편 모두 각자의 매력이 다르다. 단편은 짧아서 실험이 가능하다. 장편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지만 표현이나 구성이 복잡하다. 소설은 구성이 어렵다. ‘독자가 어느 정도 왔을 때 어느 정도를 생각하고 있겠다’를 고려해야 한다. 너무 감정적으로 써서 독자가 작가의 감정이 느껴지면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중에 탈고할 때 열 중 둘은 걸러내곤 한다.


▲작가로서의 버릇은


특별한 버릇이라기보다 습관적으로 사람을 만날 때 그 느낌을 생각에 담아 둔다. 이것을 나중에 모아놨다가 ‘이런 캐릭터는 어떻게 소설로 풀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일종의 직업병이랄까.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들도 있고.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쓴다는 작가들도 있는데 나는 음악을 들으면 잘 안된다. 조용히 혼자 앉아서 써야한다. 쓰다 막히면 다른 글을 써서 풀리게 하거나 다른 행동을 하거나, 그냥 써질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기도 한다. 늘 한 작품을 끝내고 새로운 작품으로 들어갈 때는 ‘내가 과연 쓸 수 있을까’하는 슬럼프가 온다. 극복 방법? 그냥 잘 될 때까지 쓴다.


▲현재 인터넷 소설을 연재중인데 독자의 평에 신경 쓰는 편인가
보통 예리한 지적이 많아서 항상 참고가 된다. 예를 들어 『즐거운 장난』은 글이 너무 어둡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맞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연재를 하고 있지만 ‘댓글이 올라오는구나’ 정도는 확인해도 사실 분량 맞춰 보내는 게 힘들어 일일이 읽어보기 힘들다. 가장 좋았던 평은 『즐거운 장난』에 수록된 정여울 선생님의 평이었다. 쓰면서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됐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


그림 보는 걸 좋아한다. 혼자 낙서하는 걸 좋아해서 그림으로 메모를 하기도 한다. 미술관도 가는데, 특히 인사동에 있는 이름 없는 갤러리들을 좋아한다. 
시를 좋아해 여러 사람의 시가 실린 시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낸다. 시를 보면 다채로워지는 느낌이 든다. 이장수 시인의 「근하신년」을 정말 좋아한다. 소설도 좋아한다. 백가은 선배의 소설도 좋고. 장르를 안 가리고 즐겨 읽는 편이다.


▲다음 작품 계획은


아직 인터넷 소설 연재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어린 갱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초콜릿전쟁』이나 『꼬마 니꼴라』 같이 소년이 등장하는 소설을 아주 좋아한다. 청소년의 감정선이 좋다. 그래서 내 소설 중에서 단편 「8월」에 등장하는 어린 여자애 캐릭터를 가장 아낀다. 일단은 어리고, 무뚝뚝한 소년 캐릭터가 좋다. 주인공은 어린이지만 어른도 볼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학원물이나 여러 장르를 겹쳐서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나는 소설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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