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심’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실시간 업데이트가 안 돼 있던 나는, 그 말을 ‘근부심’으로 알아들었다. 알고 지내는 이 중에 한 사람이 은근히 몸 자랑을 하는 이를 마주치면 시샘이 나는지 “근부심 쩌네” 어쩌곤 하며 불평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 말에 익숙했던 터인지 나는 군부심이란 말을 우연히 처음 듣고서는 청맹과니처럼 그를 발음이 비슷한 근부심으로
술자리에서 자신의 힘든 군대 생활을 자랑하는 복학생 선배는 어디를 가나 한 명쯤 꼭 있다. 마치 군대를 다녀온 경험이 특권인 양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다. 그들은 군 가산점제 폐지의 수혜자는 여성이라며 여성들을 혐오하는 양상까지 보인다. 게다가 군대를 갔다 왔다는 특권을 내세우며 군대를 가지 않거나 공익으로 간 남성들에게 배타적이다. 그들의 언행을 못마땅해
단순한 억압의 시대 아냐능동적으로 발전에 참여하는‘통치의 참여자’로 호명된 국민 좋든 싫든 우리는 박정희의 ‘유령’과 더불어 살고 있다. 근 수십 년간 그래왔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여기서 유령이라 함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존재를 이른다. 딱 박정희가 그렇지 않은가.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너무 많은 곳에 존재한다. 그래서
1840년 아편전쟁 당시 대청제국의 해군은 천비 해전에서 영국의 군함도 아닌 동인도회사의 상선 몇 척에 대패를 당한다. 이 전투를 놓고 역사가들이 기관총을 든 영국에 중국은 칼을 들고 맞섰다고 할 만큼 양쪽 기술력의 차이는 현격했다. 15세기경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조선술과 항해술을 자랑했던 중국 함대의 위용은 영국 상선의 포격에 바닷속으로 침몰했다. 이후
길거리를 걷는 이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식후 한 잔의 커피도, 한 권의 전공 서적도 아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오늘날 현대인들의 모습은 이제 우리에게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만큼이나 일상 생활을 함께하는 존재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듯 하다. 도대체 스마트폰은 얼마큼 우리 삶에 깊숙이 개입해 있는 것일까? 스마트폰에
식사는 일상이다. 생명의 최저선이고, 인간 존재의 기반이다. 김훈은 『칼의 노?뼁【?끼니가 불러일으키는 슬픔에 대해 다음 같이 절절한 언어로 표현했다. “끼니는 어김 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서 무효였다. 먹은 끼니나 먹지 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올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다.”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다음 끼니를 건
요즘처럼 봄기운이 만연해진 날에는 맛집을 찾아 다니는 행인들이 거리에 차고 넘친다. 온갖 ‘맛집’이 방송 매스컴을 타고 국민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는 요즘, 맛집은 이제 ‘맛있는 요리를 제공하는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듯하다. 맛집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 만큼 맛집과 음식, 그리고 문화적코드에 대해 좀 더 분석
일단 다이어트는 콩글리시다. 음식물의 소화 내지는 식이요법을 뜻하지만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에선 ‘살을 빼라’는 의미로 통한다. 물론 콩글리시라는 이유만으로 ‘다이어트’라는 사회문화적 현상을 문제시할 이유는 없다. 글로벌 언어로서 영어의 지역적 변용은 숙명 아니겠는가. 원래 뜻이 무엇이건 우리에게 다이어트는 몸무게를 줄인다는 뜻일 따름이다. 출산하는 몸으로부
2015년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응답자 중 55%가 다이어트 중이다. 이젠 유행이라고 하기 무색할 만큼 삶의 한 부분처럼 여겨지는 다이어트는 그 종류도 다양하다. 토마토 다이어트, 바나나 다이어트 등 각종 음식물부터 단식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등 계급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방식까지 총망라한다. 그러나 뜨거운 관심들은 다이어트 앞에 붙는 합성어에만
기업은 인재를 원한다. 아니 ‘쓸모 있는’ 사람을 구한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성적도 우수하며 영어도 잘하고, 회사에 들어와서는 맡은 바 업무를 슈퍼맨처럼 잘 수행할 사람을 채용하려 한다. 그래서 소위 좋은 직장에 취업하려는 사람은 이러한 기업의 요구에 민감하여 각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원하는 ‘자질 명세서’, 즉 ‘스펙’을 쌓는 데 여념이 없다. 이미 들어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라는 노래 가사가 있다. 요즘 대학생들이 스펙에 대해 갖는 생각으로 인용하자면, ‘내 일인 듯 내 일 아닌 내 일 같은 일’이라고 한다. 스펙을 따르자니 대학시절 황금 같은 청춘이 울고, 소신 있게 거부하려니 취업 문턱을 못 넘을까 불안해진다. 스펙을 보지 않고 인재를 뽑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지만 한 분야에 뛰어난 재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정의하기 위해 몇 가지 흥미로운 정식을 제안한 바 있다. 그 가운데 아마 가장 널리 알려진 것 하나를 꼽자면 단연코 ‘죽은 노동의 살아있는 노동의 지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기 자신의 노동의 결실이 자신의 삶을 옥죄고 지배하는 기이한 메커니즘을 자본주의의 본성으로 정의한다. 죽은 노동, 즉 살아있는 노동이 만
좀비(Zombie)는 부두교의 주술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아이티의 부두교 무당들은 사람에게 독극물을 먹여 가사상태에 빠지게 한 후, 노예로 만들곤 했는데 이지(理智)가 없는 이들을 좀비라고 불렀던 것이다. 많은 시간이 지난 오늘 좀비가 대중문화 곳곳에서 다시 살아 돌아다니고 있다.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불길한 좀비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는 걸까. 인간 본
2014년 세월호 사건으로 수많은 목숨이 수장된 비극성이 채 가시기도 전에 DDA(사장 부사장급 대한항공 로열패밀리 앞에 붙이는 코드가 DD란다)로 불리는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이 2014년 하반기에 터지면서 일반인들의 마음을 부글부글 또 다시 끓게 만들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과 재벌의 횡포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다른 갑질논란 사건이었으면 단타로
갑질의 결과가 어떤지는 역사가 증명해갑질 일삼은 포르투갈 결국 자국 경제의 침체로 몰락의 길 걸어게임 시장을 독점했던 닌텐도의 갑질. 소니에 밀려 암흑기로 빠져갑질 한국사회에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표현이 있다면 ‘갑질’이라는 표현일 것이다. 갑질이란 우월한 지위나 계급 등을 활용하여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부당하게 고통을 주거나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결혼에 있어 저출산 문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당장의 결혼 비용과 신혼집 마련이 코앞의 문제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되면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애과정의 하나이다. 단순히 하나의 과정이 아니라 일생일대의 일로 평생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그런데, 결혼은 남녀 당사자들 사이의 지극히 사적인 일이다. 과거에는 결혼으로 양가 부모들
결혼은 사랑 때문에 유지되지 않는다의리가 결혼을 지속하게 만드는 지속 인자 우리 주변에 사람을 분류하는 흔한 방법 중 하나, 결혼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다. 배려가 없기는 피차일반인데, 왜 결혼을 했냐는 질문보다 왜 하지 않았냐는 질문이 더 흔한 사회이다. 소위 혼인이라는 법적 절차,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가족의 일원, 그토록 중차대한 선택과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