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해 한 영상을 보고 울컥했던 적이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백악관의 대테러조정관이 청문회에 나와 한 발언 때문이었다. 그는 청문회에 나와 유족들에게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후 이어진 그의 말은 정부라는 거대 권력이 작은 개인에 용서를 비는 모습이었다. “여러분의 정부는 실패했습니다. 정부는
점쟁이의 예언은 늘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는 지나온 과거에 한해서다. ‘과거에 대한 예언’이라는 모순으로만 가능하다. “역마살이 끼어서…”라는 말로 시작되는 첫마디 인사는 종종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어”로 마무리되곤 한다. 사실은 예언 아닌 위로다. 미래에 대한 예언도 부적을 담보한 예언에 한해서 적중한다. 물에 빠져
약 100년 전에 팔린 종이신문에는 한 꼬마가 등장했었다. 노란색 잠옷을 입은 꼬마는 종이신문 곳곳에 등장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종이신문이라는 매체를 대중화시키려 했던 신문사 사장들은 장난스럽게 생긴 노란 꼬마로 독자들을 유인했다. 당시 노란 꼬마가 출연하는 종이신문에는 귀족들의 뒷얘기, 출처를 알 수 없는 뉴스, 선정적인 헤드라인으로 가득했다. 그
지난 1일 ‘응답하는’ 선본의 당선이 확정 공고되며 ‘제58대 서울캠 총학생회(총학) 재선거’는 막을 내렸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 선거를 뒤로하고 모처럼 경선으로 치러졌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한 뒷맛이 감돌았다. 원래 28,29일 양일간 치러질 예정이었던 이번 선거는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해 한 차례 연장됐다. 연장투표를 거친 최종 투표율은 52.07%이
Sapere Aude. ‘감히 알고자 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이는 칸트가 말하는 계몽의 모토이기도 하다. 1784년 발표한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그는 일반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른 사람의 지도에 의존하며 자신의 이성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상태를 경계하기 위함이었다. 칸트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6월 6일, 전쟁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만한 작전이 있었다. 바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7월 2일까지 육해공을 망라한 100만의 병력, 57만톤의 물자를 수송시킨 당시 상륙작전으로 미·영 연합군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결정적인 승기를 잡게 됐다. 이 작전의 성공 뒤에는 연합군의 철저한 기밀 유지가 있었다. 기밀 유
중대신문은 그동안 ‘편집권 침해 논란’ 속에 있었다. 중대신문의 편집권이 독립적이지 않다는 여론은 적지 않았고 기사에 대학본부의 입장과 해명이 실리면 저의를 의심받기 일쑤였다. 특히 ‘학부학사 구조개편’을 둘러싼 논란 이후 중대신문을 향한 여론의 뭇매는 거셌다. 그 중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은 중대신문이 ‘기계적 중립성’을 지키고 있으며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일렁이는 파도의 물결을 담은 바다에서 우린 줄곧 생각의 마중물을 퍼 올리곤 한다. 깊은 바닷속에는 전 세계 강물을 다 합친 것보다 30배나 큰 해류가 흐르고 있다고 한다. 바다의 심층은 아주 느리고 관측하기 힘들지만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반면에 표층은 심층 위에서 춤춘다. 우리가 줄곧 목격하게 되는 모습은 표층의 흐름이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지
중앙대는 변화했습니다. 지난 2008년 ‘CAU2018+’가 발표된 후 교육환경, 대학평가 순위와 같은 외형적인 변화에선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이뤘죠. 204관(중앙도서관) 리모델링 공사로 시작해 308관(블루미르홀), 102관(약학대학 및 R&D센터), 309관(2차기숙사) 완공 등 교육환경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오는 7월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까지 완공되면 교사확보율은 130%에 달하는 수준이죠.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보면 지난 2008년 14위에 그쳤지만 최근 3년간은 종합평가 8위를
새내기 K는 요즘 부쩍 술이 늘었다. 시절이 어느 시절인데 여적 술독에 빠져 사느냐는 꾸중에 도리어 큰소리다. “좋아서 마시는 줄 아세요? 이게 다 선생님 탓이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 같은 거 오지 말 걸….” K는 취기 탓인지 붉어진 얼굴로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가 다니는 학교는 올해 초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이라는 거창한
“넌 좀 그런 경향이 있더라.”부드럽게 치고 들어왔지만 이내 팍하니 꽂히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은 ‘나’의 이야기는 언제나 낯설었고 그 낯선 한 마디는 온종일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듯 종종 나에 대한 평가를 듣게 될 때가 있다. 제3자의 말이라고 담담히 받아들이지만 한동안 찜찜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는다. 괜히 잘못한 건 없었나 내 지난
나는 수능을 네 번 봤다. 현역이었던 2010학년도를 시작으로 재수 시절의 2011학년도, 중앙대를 다니면서 치른 2012학년도, 그리고 군대에서 틈틈이 공부했던 2014학년도까지. 정말 끈질기게도 대학에 목을 맸다. 오죽하면 군대에서 근무를 서면서까지 ‘수능특강’을 펼쳐놨을 정도니 말이다. 한국에서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면 모든 게 끝인 줄 알았다. 입학하
인턴에 떨어졌다. 꼭 가고 싶던 곳이어서 그런지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순간 삐뚤어진 마음에 모든 것이 비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탈락에서 느낀 아쉬움은 곧 실망감으로 돌아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너, 지금까지 해 둔 게 뭐야? 남들이 어학 자격증이니, 대외활동이니 할 때 너는 지금까지 뭘 해왔느냐고.’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만난 선배로부터 피곤해
“너 취직하기 전에 주말마다 커피 마시고, 도서관 가고, 영화 보고, 술 마시고. 그거 다 데이트 아니야? 봄 되면 소풍 가고, 가을 오면 드라이브하고, 너 취직했을 때 제일 먼저 전화한 사람도 나고, 너 차 살 때도 같이 가고, 너 집 구할 때도 같이 보러 다니고. 그런데 우리가 그냥 친구라고?”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연인 사이가 아니었다는 은규의
‘서로를 불편하게 했던 점들이 있었던 것 같네요.’ 얼마 전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확신했던 남성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서로를 알아가고자 했던 호기심은 그 한마디를 기점으로 조용히 사그라졌고 이제 그와는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 ‘내가 불편했다고?’ 맹세코 남에게 가장 친근하고 친절한 사람이라 스스로를 여겨왔던 터라, 순간 얼이 빠져 버렸다.이
평범한 대학생의 생활과 대학의 신문을 만드는 기자의 역할을 병행한 지도 어느덧 2년. 매주 정신없이 돌아가는 신문사의 일정에 치이다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러가 버렸다. 이렇게 몇 주만 더 신문을 발행하면 치열했던 ‘학생기자’의 임기를 마감할 수 있다. 그리고 ‘2년 동안 참 잘해냈다’며 과거를 뭉뚱그릴 것이다.그러나 2년간 신문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편집국에 발을 들인지 어느덧 2년을 바라보고 있다. 처음 편집 계획서에 내 이름이 실렸을 땐 마냥 설레었다. 잘하고 싶었고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고작 2단 기사 하나에도 퍼붓고 싶었다. 그저 신문에 ‘안지연 기자’라는 내 이름이 들어간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하지만 2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 애정보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한 주가 시작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
『장자』 지락편에 나오는 바닷새 이야기를 먼저 소개할까 한다. 바닷새 이야기는 노나라 임금이 날아온 바닷새를 궁궐로 데려와 키우는 이야기다. 하지만 비극은 노나라의 임금의 엇나간 사랑 때문에 생긴다. 바닷새가 마음에든 노나라 임금은 바닷새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술과 고기를 권하며 극진한 대접을 하지만 바닷새는 술과 고기는 입에도 대지 못한 채 사흘 만에 죽고
얼마 전 소설가 박민규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낮잠』이라는 단편소설이 한 인터넷 게시글과 일본 만화의 일부를 표절했다는 것이다.박민규가 표절이라니. 항상 독특하고 자신만의 세계관이 뚜렷했던 그였다. 중앙대 동문이기도 한 그는 강의 시간에도 교과서처럼 자주 등장해 나에겐 꽤 친숙했다. 그는 정말
일을 처리하는 꽤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일단 시작하는 겁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첫걸음을 떼고 나면 짓눌리던 부담감이 무색하게 다음 걸음이 가볍거든요. 걸음을 옮기다 보면 불현듯 탁월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일은 마무리되어 있죠. 싱겁다고 웃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 실천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