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햇살이 내리쬐던 여름을 지나 맞이한 가을은 우리를 더 분주하게 한다. 독서의 계절, 배움의 계절, 결실의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은 시작의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중대신문 제2048호 속에서도 학생들의 바쁜 발걸음이 느껴진다. 서울캠 가을문화제 ‘Magic Hour’, 창업경진대회, 스포츠 대회, 단편영화 제작 등 학생들이 주체가 돼 기획 및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교내외 곳곳에서 펼쳐졌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가을 축제 속 ‘동아리 무대’였다. 개개인의 선호와 취
지난 8월과 9월 스위스 제네바 인근 에흐망쓰(Hermance)에 있는 브로셰(Brocher) 재단에서 연구를 하고 귀국했다. 브로셰 재단에서 체류하면서 느낀 점을 간단하게 기술하여 공유하고자 한다. 민간기구인 브로셰 재단은 브로셰 부부의 유지를 받들어서 생명윤리 중심의 다학제간 연구를 지원한다. 필자는 ‘건강과 질병 개념의 구성적 진실 연구’라는 주제로 연구를 수행 중이며, 완성 후 저술로 출판할 예정이다. 이 재단에서 연구자들은 1달, 2달, 또는 3달 동안 체류하면서 연구 활동을 한다. 국제적십자사 본부
바야흐로 가을이다. 지난 중대신문 제20 48호도 가을을 맞이하는 축제 이야기로 계절을 반기고 있었다. 대학신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젊고 활력이 가득 찬 지면들이었다. 물론 사회, 경제, 정치뿐만 아니라 각종 시사 논평까지 다양한 정보들을 담고 있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가 요구되는 시대에 학생들의 메신저인 중대신문의 ‘종이 리터러시’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느껴진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스승은 임윤찬에게 단테의 『신곡』을 읽을 것을 조언했다고 한다. 그는 『신곡』을 1
다리를 다쳤다. 깁스한 다리를 이끌고 학교로 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다 건너기도 전에 빨간 불이 되어버린 횡단보도 신호, 급한 경사로 이루어진 후문 길, 생각보다 많고 가파른 계단. 등굣길이 위협적으로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다리가 나을 때까지는 교통비가 아깝지만, 버스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버스만 타면 학교 가는 길이 편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높은 버스 계단과 사람으로 가득 차서 디딜 수 없는 통로는 인도로 걸어가는 게 낫다고 느낄 정도였다. 다친 다리만 아니었으면 힘들지 않았을 상황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더 서러웠던
지난해 3월 9일, 국민들은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을 치러야 했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두고 무능·무지·퇴행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으나 여론조사 결과 두 사람의 비호감도는 약 58%로 동률을 이뤘다. 대선 결과 이재명 후보는 패했으나 민주당의 ‘친이재명’ 색채는 오히려 짙어지기 시작했다. 대선 패배 5개월 만에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전 후보는 약 77.77%의 득표율을 올리며 당대표에 취임했고 같은 날 민주
지난달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잼버리) 부실 운영으로 김현숙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에 대한 논란이 연일 화두였다. 끝내 책임은 규명되지 않은 채 새로운 후보자로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지명됐다. 새로운 후보자의 등장에도 잡음은 끊이질 않는다. 김 후보자는 2012년 위키트리 유튜브 방송에서 “필리핀처럼 강간을 당해도 출산하는 관용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부정하는 해당 발언은 김 후보자의 부족한 여성 인권 의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 후보자가 2013년
드디어 중대신문에서의 마지막 칼럼을 씁니다. 길고도 긴 시간이었네요. 마지막 칼럼에선 기자가 중대신문에서 탈주하지 않고 기사를 써 내려갈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기자는 종종 죽음 이후에 대해 생각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무엇이 남는지, 영혼의 무게 21g은 정말로 빠져나가는지, 지평좌표계 고정이 필요한 입증불가한 물체가 돼 버리는 것인지…. 잡다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기자는 나름대로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바로 ‘다정함’이 남는다는 결말로 말이죠. 미시세계의 양자역학에선 관
개강하면 학생들은 본가에서 서울로 저마다의 여정을 떠나곤 합니다. 필자는 자취하며 지난 1년을 서울에서 보냈습니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북적북적한 사람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모순적이게도 필자는 그 북적함과 대비되는 고요한 자취방에서 외로움을 느껴왔습니다. 그렇게 보낸 1년의 시간은 필자의 인생에 온기를 느끼게 해준 소중한 순간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15년 가까이 살아온 필자의 ‘집’은 많은 추억이 담긴 존재입니다.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도시인 곳에 있지만, 아직 집 주변은 초록빛의 자
현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자유주의자이자 사상가인 후스(胡適) 선생은 생전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용인(容忍)은 모든 자유의 바탕입니다. 자신과 다른 이를 용인하는 아량이 없다면, 자신과 다른 종교와 신앙이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남들이 우리의 의견을 용인하고 이해해 주었던 것처럼 우리도 타인을 용인하고 이해하는 아량을 길러야 합니다.” 근 40년 이상 중국의 자유를 부르짖었던 후스 선생이 말년에 이르러 ‘용인’을 주장한 것에는 자신의 의견만 강하게
나는 뉴스를 통해 크게 두 가지의 정보를 얻는다. 첫째는 새로운 사건, 둘째는 사건의 뒷이야기(Behind The Scenes)이다. 우리는 ‘세계’ 카테고리에서 전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고, ‘경제’ 카테고리에서 경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외에도 각기 다른 카테고리를 통해 해당 카테고리의 새로운 사건과 사건들의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된다. 그런데 나와 가장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환경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와 그 주위의 이야기 말이다. 학교에서 일어난 커다란 사
건강은 육체로부터 시작하여 정신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육신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끊임없이 육체의 건강을 유지한다고 하는 것은 정신의 건강을 지속해서 돌보고 치유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름답다’는 것은 ‘건강’을 전제로 한다. 육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 없이 무엇을 수행하고 성취한다는 것이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가 한 유명한 말이다. B는 Birth, D는 Death, C는 Choice의 약자로 문장을 풀이한다면 ‘인생은 탄생과 죽음 사이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말은 불교의 근본적인 교의인 연기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난다.” 이 구절은 일반적으로 모든 존재가 상호의존성을 띄고 있음을 설명하며 이를 통해 인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해가 점점 빨리 도망간다. 어느덧 한 해의 절반이 훌쩍 넘어갔다. 내가 중대신문에 들어온 지도 벌써 1년이 되어간다. 중대신문에서 활동하는 동안 시간은 느리게 가는 것 같으면서도 빠르게 흘러간다. 매주 나오는 신문에 고통스러워하며 언제 한 주가 끝날지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몇 주가 흐른 후다. 밤엔 불이 꺼지지 않고 아침엔 불이 항상 켜져 있다. 중대신문은 무섭기도 이상하기도 한 곳이다. 1학기 때 사진부 정기자로 활동하며 많은 일이 있었다. 지방으로 취재도 다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축제 취재를 하며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있다. 편하고 빠르게 이동하려면 자가용을 타면 되고, 자가용이 없다면 택시를 타면 된다. 택시를 탈 형편이 안 된다면 무궁화호를 타거나 지하철에서 이리저리 치이면 된다. 그마저도 안 되면 걸어야 한다. ‘역세권’에 위치한 집이 언제나 비싼 까닭이며, 가난한 이들의 아침이 남들보다 유난히 빠른 이유다. 끝에서부터 두 번째 자리에 앉으면 편하게 잘 수 있다. 몸을 뒤로 젖히면 창문틀에 머리를 고정할 수 있어 목에 무리가 덜 간다. 기자는 어린 시절부터 지하철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하철
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한 글자씩 음미하듯 따라간다. 글보다는 디지털 매체와 더 친해진 요즘, 글자가 어색하고 글을 읽는 속도도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전에 읽은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되돌아가 다시 읽는 경우도 빈번하다. 생활 속에서도 그렇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금방 잊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는 짧게라도 그 순간을 기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 기록에는 우리가 담고자 하는 가치가 들어가게 된다. 나의 기록이 내 자신의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써 내려가는 것이라면, 신문은
7, 8월에 이어 9월에도 더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올여름 평균 기온은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높았고, 전 세계 평균 기온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에 대해 명백히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위기가 엄습하고 자연재해가 계속되며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대신문 역시 여러 사회문제 중에서도 환경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호 신문에 대한 담론분석을 해봐도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단어는 ‘중앙대’, ‘영어강의&rs
당신은 묻는다. 지구 종말, 혹은 사랑. 당신의 화두는 둘 중 어느 쪽이냐고. 망설인다. 어느 한 쪽을 택하기보다는, 어느 한 쪽을 택하지 못함에 안타깝다. 영화 은 오늘날 우리에게 당도한 자아와 세계의 분열에 질문한다. 지구 종말과 사랑 사이, 당신은 어디를 보고 서 있냐고. 나는? 종말에 맘 졸이며 사랑에 애태운다. 취약한 세계에서 공존을 고민하는 마음과 굼뜨고 애처로운 마음, 모두 소중하다. 도시는 궁핍하고, 정치는 퇴행하며, 지구는 망가져 간다. 쇠약해진 사회를 지켜보며, 자신과 세계의 합치를 고민하
꼬박 10년 전 9월, 데이비드 호크니의 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되었다. 높이가 4.5m, 폭이 12m에 이르며 모두 50개의 캔버스가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이 거대한 풍경화를 직접 본 이후 나에게 9월의 모든 풍경은 을 관통하여 조망된다. ‘보는 것’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은 내가 화가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호크니가 그의 주변 사람들과 자연 풍경을 관찰하는 방식, 그러니까 카메라의 핀홀과 같이 고정된 시점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정부는 ‘2024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건전재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내년 총지출은 올해보다 약 2.8%가 증가한 656조 9000억원으로 근 20년 이래 역대 최저의 예산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명시된 12개의 예산 항목 중 지출구조조정의 몫은 오로지 연구개발(R&D) 분야 앞에 지워졌다. 내년도 R&D 예산은 올해 대비 약 16.6% 줄어든 25조 9152억원으로 편성됐다. 지난 10년간 정부 총지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5% 내외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Z세대 소비의 중심으로 ‘울트라 패스트 패션’ 시장을 주도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입점한 쇼핑몰의 상품을 한데 모아볼 수 있어 편리하다. 개별 쇼핑몰을 일일이 방문하지 않아도 유행을 파악해 이른바 ‘가성비 인싸템’을 구매할 수 있다. 급성장 중인 중국의 울트라 패스트 패션 브랜드 쉬인에는 하루에 최대 6000종의 상품이 올라온다. 이들은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걸리는 기간을 5~7일로 단축해 유행을 더욱 잘게 쪼개고 있다.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