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싫어하는 사람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있지 않나요?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한 사람일 수도 있고, 가치관이 맞지 않는 대화를 나눴던 사람일 수도, 그저 이유 없이 눈에 거슬리는 사람일 수도 있죠. 하지만 세상에는 명확한 선과 악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선한 사람도, 완전히 악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순간적인 감정과 이를 완전함으로 끌어내는 말, 말로부터 파생되는 새로운 감정과 행동, 실수와 후회, 다짐과 삶만이 존재합니다. 죄질이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누군가에겐 따뜻한 가장일 수 있고, 누군가에
챗GPT(ChatGPT)가 연일 화제다. 텍스트를 그럴싸하게 생성하고 인간과 특정 주제로 꽤 오래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해진 AI가 우리의 예상보다 빨리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한때 AI가 가장 늦게 대체할 것으로 예견되었던 시를 전공한 데다 그 흔한 운전면허도 없는 아날로그 인간이지만,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챗GPT와 AskUp을 사용해 보았다. 그 결과 영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번역은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번역에는 꽤 쓸모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거짓을 진짜처럼 보이게 엮어내는데 능란해서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나는 침묵했다./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이어서 그들이 사민당원들을 덮쳤을 때,/나는 침묵했다./(중략)/이어서 그들이 유대인을 덮쳤을 때,/나는 침묵했다./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그들이 나에게 왔을 때,/나를 위해 말해줄 이들은/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르틴 니묄러 中 여러분은 곤경에 처했을 때 우리 사회가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나요?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본 적은 요? 그에 앞서, 괴로워
기자는 휴대전화가 두 대입니다. 시쳇말로 ‘투폰’을 사용하는 것이죠. 기자가 휴대전화를 두 대씩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본 사람은 하나같이 그 이유를 묻는데요. 그럴 때마다 “지우는 걸 잘 못해서”라는 답으로 일관합니다. 사진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의 캐시, 영양가 없는 내용의 메모들 모두 언젠가 다시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사진은 각도가 묘하게 달라서, 캐릭터를 한참 키우다가 관둔 게임은 아까우니까 등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특히 둘 중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휴대전화에는 6년 전부터 모은
보수주의자 450만명, 자유주의자 150만명, 진보주의자 400만명 사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에는 100개의 마을이 있는데 각 마을은 전국과 완벽히 똑같은 비율로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 진보주의자가 산다. 이 나라에서 총선을 치르면 각 진영의 비는 어떻게 되는가?(5점) 정답은 ‘선거제도마다 다르다’이다. 선거구마다 최다득표자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의 경우 국회는 보수 100명으로 채워진다. 정당 득표율의 비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의 경우 국회는 보수 45명, 자유 15명, 진보 40명으로 채워진다
2023-1학기 서울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를 통해 서울캠 총학생회(총학) 일부 산하위원회 체제 개편 안건이 가결됐다. 합당한 이유도 없이 학생의 연서명으로 설립된 장애인권위원회(장인위)가 사라졌다. 총학은 장인위의 명칭을 학생인권위원회(학인위)로 변경할 뿐 이번 안건이 장인위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님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총학이 제시한 학인위 운영 규정에는 ‘학생 인권’ 전반을 다루는 포괄적 내용만 포함돼 있을 뿐 장애인권 보장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찾을 수 없다. 더 나은 장애인권 보장
정의로운 사진기자를 꿈꿔 중대신문에 입사했다. 하지만 숨이 턱턱 막히는 업무량에 그만 꿈을 잊고 매주 빠르게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주어진 기사를 착실하게 써나갔다. 아무 생각 없이 기사를 업무로만 대하던 기자는 지난해 10월 29일 토요일 밤 뜻밖의 변곡점을 맞았다. 심심풀이로 인스타그램에 접속한 기자는 평생 잊지 못할 충격적인 사진을 보게 된다. 시퍼렇게 죽어가는 다리와 대충 얼굴만 가린 모포. 무덤처럼 쌓여 있는 시체와 널브러진 전단. 이 모든 것이 전쟁터가 아닌 번화가에 놓여 있었다. 순간 헛구역질이 나와 바로 화면을 꺼버렸다.
입학한 지 어언 3년이 흐르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중대신문의 이름만 들어오다가 중대신문 제2036호로 중대신문을 처음 접하였다. 제 삶에만 매몰되고 있던 대학생에게 중고등학생 시절 국어 수업의 시험을 위해서나 외웠던 언론의 존재 이유를 알려준다는 듯이 신문의 글들은 훈계로, 때로는 공감과 위로로 다가왔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부터 집단 그리고 이 집단이 모여 만든 사회의 삶까지 다루고 있는 신문 덕에 잠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그랬나? 대학생으로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기사는 중앙대생 정
얼마 전 친구가 이라는 영화를 추천해 줬을 때, 나는 검색을 해보고 나서야 많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시간 남짓의 영화가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위로, 앞으로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끝없는 경쟁과 인간관계에 지친 요즘 세대들이 에 힐링을 얻고 인생 영화로 뽑게 된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내에서 가장 큰 행복은 가족이라고 한다. 가족에 의해 편안하고 평범한 일상을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서로에게 주고 있는 큰 선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댈 곳 없는
중앙대 구성원으로서 캠퍼스 소식이나 학내 이슈 등이 궁금할 때면 늘 중대신문을 펼쳐보게 된다. 학교의 이모저모를 쉽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으로서 ‘공감’하고 학생, 교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소통’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오랜 구독자가 되었다. 지난 제2036호 중에서는 ‘심(心)에 쉼이 필요한 대학생들’이라는 기사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중앙대 재학생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다룬 것으로, 아마 많은 독자가 공감하며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았
몇해 전의 일이었다. 전 세계 많은 대학이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배움 봉사(Service Learning)라는 개념을 어떻게 인문학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차에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응우엔 띠 푸옹 교수가 쓴 글 한 편을 읽게 되었다. 이 글에 의하면, 한국어 교육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교재들로 공부하여 한국어 시험의 최상위 등급을 받은 베트남인들조차도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 중 하나가 한국 사람들과의 대화 중간에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외국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한국어 어휘
우리는 스스로를 직접 바라볼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때때로 거울을 본다. 자아도 그렇다. 제삼자가 되어 스스로 내 자아가 어떠한지를 관찰할 수가 없기에 타인을 거울삼아 스스로를 판단한다. 미국 사회학자인 찰스 쿨리가 창안한 ‘거울 자아(Looking-Glass Self)’라는 개념은 우리가 타인의 평가를 거울삼아 ‘남들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나’를 내면화하며 성장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개념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나의 자존감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하는 데 쓰인다. 고등
우리는 ‘웜홀(Wormhole)’ 속에 삽니다. 웜홀은 아인슈타인·로젠 다리라고도 불리죠. 이름처럼 웜홀은 장소와 장소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매우 멀리 떨어진 우주가 웜홀이라는 구멍을 통해 지름길로 연결돼 있죠. 웜홀은 두 블랙홀을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때 한쪽 블랙홀은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붙인다고도 합니다. 물론 웜홀이라는 개념은 이론일 뿐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건 속에 삽니다. 그 사건은우리에게 행
기자는 우울장애가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다니며 약도 먹고 상담도 받는 중입니다. 우리 사회 청년의 우울장애가 심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19~34세 청년의 우울 증상 유병률은 6.1%에 달합니다. 그중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했으나 받지 못한 경험은 5.6%였는데요. 기자는 그 5.6%를 위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청년들이 병원에 가지 못하는 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비용이 부담될 수도 있고 혹은 주변 인식이 걱정되기도 할 테죠. 기자
굴욕만 남긴 한일 정상회담일본에 놀아나는 윤석열 외교주권국은 다른 나라의 간섭을 받지 않고 주권을 완전히 행사할 수 있는 독립국을 칭한다. 작금의 대한민국 정부는 주권국으로서 대일관계를 맺고 있다고 호언할 수 있는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외교는 ‘한일관계 정상화’ 선언과 한일 정상회담 개최 이후 일본에 주권을 잃은 채 저자세와 굴종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4년판 초등학교 3~6학년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라고 명기했다.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기존 주장에 &lsq
기고를 의식하며 펼친 제2035호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학내 곳곳을 살피는 관심의 지면부터 학교 바깥의(하지만 우리의 바깥이라고는 할 수 없는) 슬픔과 희망을 담은 지면까지 다각화된 조명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을 강하게 체감하던 근래였는데 신문을 통해 긍정의 힘을 엿본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학교 폭력을 다룬 화제의 드라마 때문이었을까. 이번 호에서는 특히 학교폭력의 대학 입시 반영을 다룬 기사에 주목했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의식적인 노력과 제도적인 노력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학폭 해결을
챗GPT(ChatGPT)의 운영원리는 간단하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토대로 딥러닝을 진행한 다음, 스스로 언어를 생성해 이용자를 위한 맞춤형 텍스트를 창작해낸다. 자료 조사와 취재를 기반으로 하는 '논픽션' 신문 기사의 경우, AI와 인간의 '대결'은 이제 더 이상 피하기 어렵게 됐다. AI 시대, 인간이 작성한 신문 기사는 AI가 작성한 신문 기사와 어떻게 차별화되어야 할까. 2021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크리에이티브 논픽션과 플롯’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언론의 사
요즈음 대중문화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는 ‘레트로’이다. 빈티지한 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대중들의 생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부터 Y2K 감성의 의류를 찾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10~20대를 겨냥하여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빈티지 마켓들과 그 마켓에서 판매하는 30~40년 된 의류들을 구하기 위해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중음악계에서도 이 움직임이 활발하다. 디지털 음원이 아닌 바이닐과 CD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22년에는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