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는 저녁, ‘파올리나’의 별장에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는 파올리나 남편의 자동차 수리를 도와준 후 타이어를 주인에게 돌려주려 온 닥터 ‘미란다’였다. 파올리나가 미란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녀는 15년 전 독재정권에 대항하다 고문받던 기억 속 암실과 그곳에서 울려 퍼지던 슈베르트 곡 의 선율을 마주한다. 파올리나는 고문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미란다를 결박하고 총을 겨눈다. 과연 그녀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프렌츠 슈베르트의 악상에는 음울과 불안의 정서가 흐른다. 감정에도 농도가 있듯 그의 가곡 는 극에 치닫는 정서를 표한다. 죽음을 향한 소녀의 공포가 선율을 만난다면, 그리고 절규 어린 선율에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어떨까. 슈베르트의 와 해당 곡을 모티프로 하는 영화 이 외치는 소녀의 절규를 따라가 봤다. 공포와 초연 그 어딘가에서 영화 은 젊은 시절 독재정권에 대항하다 참혹한 고문을 당한 후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여자 ‘파올리나’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의 원제는
“그는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그리고 난방도 없는 작은 방에서 낡고 해진 잠옷을 걸치고 떨면서 작곡을 하고 있었다.”- 휘텐브레너 작곡가 모든 것에는 금이 가 있고 빛은 그 사이로 들어온다. 비극적인 균열로 가득한 생애 속에서도 음악이라는 한 줌의 빛을 밝힌 독일의 음악가 프렌츠 슈베르트. 그의 고난 가득한 인생 속에서 피어난 음악의 세계와 녹아든 슬픔의 미학을 되새겨봤다. 예술가곡의 시대를 연 젊은 천재 프렌츠 슈베르트는 17세라는 어린 나이에 『파우스트』(요한 볼프강 폰 괴테 씀)에 수록된 시를 토대로 을 작곡
“인간이 시간을 통제할 수 있겠다는 인간의 의지적 사고가 관철되는 과정에서 분초사회가 생겨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을 미분화해서 규율과 질서 아래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을 예로 들 수 있어요.” - 우찬제 교수(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기술 발전으로 생산 경쟁이 치열해지며 시간이 경쟁의 주요 변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한 현대인들의 소비가 변화한 것도 분초사회로의 전환에 기여했는데요. 물질적 풍요보다 다양한 경험에 큰 가치를 둠으로써 시간의 효율적 활용이 중요해졌죠.” - 고태진 교수(경인여대 국제통상학과)시간이 금전보다 중요한
현대인들이 꾸리는 시간의 무늬는 날이 갈수록 더욱 정교해진다. 속도가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지만, 속도를 내어 시간을 아끼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일상에 여유와 쉼의 개념이 들어가기엔 벅차기에 그지없다. 빨라지는 삶의 속도 속에서 우리가 잠시 멈춰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일까. ‘속도 강박’의 시대 이면에 자리한 배경과 속도가 대체할 수 없는 삶의 고유한 지점을 돌아봤다. 강박이 된 속도, 미덕이 된 빠름 “갑자기 한가해지면 불안해서 일을 찾아야 해요.” 시간의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그리 놀랄 만한 말은 아니
행복은 천천히 요리해야 할 슬로푸드 영화 도시의 직사광선에 마음의 숲이 메말라 버렸다고 느낀 순간이 있는가. 임순례 감독의 영화 의 ‘혜원’ 역시 마음처럼 되지 않는 건조한 일상에 갈증을 느끼는 주인공이다.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며 남자친구와 함께 임용고시를 준비하지만 낙방하고 잠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휴식과 도피, 명목과 핑계는 한 끗 차이였지만 시골만의 느슨한 흐름은 매일이 치열한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지극히 다른 결의 행복을 지니고 있었다. 혜원은 친구들과 함께 자연에서 맛볼 수 있는 제
정형성을 넘어 하나의 새로운 사건을 창조하는 필립 파레노의 예술은 우리의 삶에 많은 물음을 던진다. 파레노가 던지고자 했던 ‘변화’와 ‘연결’이라는 삶의 형상이 예술에 녹아든 방식을 들여다봤다. 변화의 예술은 삶의 사건이 되고 필립 파레노는 찰나의 순간 발생하는 변화를 그의 작품에 가미했다. 그러한 파레노의 작품은 마치 삶과 변화를 다루는 철학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만 같은 여운을 선사한다. 김영호 명예교수(서양화전공)는 파레노의 작품에 철학적 사유가 녹아들었다고 전했다. “해체와 반복이 유기적으로 전개되는 순간들이 삶을 이루고 있다
“사물들이 목소리를 가지게 되는 순간 사물은 객체나 대상이 아닌 세계의 일부를 이루는 주체가 된다고 생각해요.” -필립 파레노, 브릿지경제 인터뷰 中전시장 내부의 복합적인 ‘소리들’은 외계 언어처럼 우리를 휘감아 또 다른 세계로 이끈다. 발을 딛는 순간, 우리는 관객이 아니라 이곳을 탐험하는 방랑자가 된다. 이해하고자 애쓸 필요도, 의미를 구태여 찾을 필요도 없다. 필립 파레노가 개인전 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예술의 심미(深美)를 따라 걸음 해본다. 리움에 태동을 불어넣다 알제리 태생의 프랑스 예술가인 필립
누군가는 세상을 그려내는 수단으로 붓을 잡는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지그시 누른 건반으로 세상을 펼쳐낸다. 엘리자베스 브라이트, 건반 위에 피어난 그녀의 섬세한 손끝은 한 올 한 올 아지랑이가 되어 지브리의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세상을 음악으로 그려내고 있기에 ‘지브리의 뮤즈’라 불리기도 한다. 그녀가 전하는 지브리 음악의 아름다움은 어떤 모습일까. -‘지브리의 뮤즈’라고 알고 있다. “제겐 영광스러운 표현이에요. 2009년 지브리 영화음악을 피아노로 편곡한
마법이라는 판타지로 인생이라는 현실을 읊조릴 수 있을까. 움직이는 성을 타고 세상을 떠도는 마법사와 그를 사랑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에 눈을 열고, 그들의 서사 속 흐르는 선율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리 방만한 가설로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히사이시 조의 역작, 과 함께 인생이라는 회전목마 앞에서 생의 의미를 돌아봤다. 두 거장의 세상이 만날 때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 세상과 눈을 감으면 비로소 또렷하게 보이는 세상. 각각의 세계를 그려내는 두 거장이 만났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현대 클래식 음악의 거
동아시아의 독창적 낭만주의 향수 일깨우는 그의 음악 평생을 걸친 지브리와의 협업 음악을 통해 떠나는 판타지 여행어린 시절의 달큰한 향수를 동심 가득한 멜로디로 풀어낸 음악가가 있다. 영화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유년 시절 우리에게 허락됐던 무지개를 다시 꺼내보게 한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 세계를 따라가 보며 그가 음악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여운을 아로새겨봤다. 클래식의 반항아, 거리의 음악가 1950년 일본의 나가노현에서 태어난 히사이시 조는 유년 시절부터 음악을 향한 사랑이 남달랐다. 악기에 대한 흥미를 키워간 그는
김재원 피아니스트 영화 에 나오는 이라는 곡을 좋아합니다. 이라는 영화도 좋아할뿐더러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는 이 영화의 분위기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제게 히사이시 조라는 작곡가를 떠올리면 이 노래가 제일 먼저 제 머릿속을 스칩니다. 엘리자베스 브라이트 피아니스트 추천하고 싶은 지브리 영화 작품과 음악이 너무나 많아서 택하기 어렵지만 영화 의 주제곡 를 가장 사랑해요. 소프라노 음역을 구사하는 남성 보컬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연애 예능)이 주는 로맨스에 흠뻑 빠진 시청자들, 그러나 이러한 열광에는 위험한 이면이 존재한다. 사랑이라는 달콤한 이야기에 쏠린 대중의 시선이 하나의 화살이 돼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애 예능으로의 과도한 몰입이 지닌 위험성과 건강한 콘텐츠 문화가 거닐어야 할 방향성을 짚어봤다. 과몰입, 사이렌의 노랫소리와 같은 김도현 학생(동국대 영어문학전공)은 연애 예능을 볼 때마다 희로애락 속에 푹 빠진다. “를 보던 도중 응원하는 두 출연진 간의 관계가 흔들릴 때면 제 마음이 더 아파서 시청을 그만둔
만남의 설렘부터 이별의 쓰라림까지, 주체가 누구든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의 귀를 파고들고 가슴을 뛰게 합니다. 최근 방송가에도 로맨스의 핑크빛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데요. ‘남의 연애가 제일 재밌다’라는 말이 무섭게 시청자들은 타인의 로맨스에 푹 빠져 설렘을 경험하고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하죠. 이번 주 문화부는 시청자를 사로잡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방송에서 펼쳐지는 2D 로맨스에 이토록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아가 사랑 이야기를 향한 열광이 위험이 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경계해야 할까
낯선 배경 속 낯선 옷을 입은 이가 읊조리는 낯선 말투. 사극은 경험하지 못한 시대로의 시간여행을 가능케 한다. ‘우리다운 것’을 드라마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사극은 분명 매력적인 장르다. 정통과 퓨전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사극들이 앞다퉈 시청자들을 과거 속으로 초대한다. 역사를 표방하는 ‘K-사극’의 형태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모양새를 달리해온 걸까. 100부작이 넘는 대하 사극부터 허구를 섞은 퓨전 사극까지, 시대적 부름에 응답해 온 K-사극을 조명해 봤다. 사극의 시작, 역사라는 소설을 펼치다 초창기 사극의 형태는
자취를 감춘 정통 사극과 사극의 본질을 해친다는 비판에 휩싸인 퓨전 사극. 사극을 둘러싼 논의는 둘 중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 한때 브라운관을 달군 사극의 전성시대는 다시 도래할 수 있을까. 사극의 재기를 둘러싼 논의의 장에서 화두에 오른 과 함께 역사와 콘텐츠라는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벌어지는 사극의 고민을 들춰봤다. 브라운관 위에 군림한 고려의 기상이여 얼마만의 일인가. 지난해 11월 공영방송 50주년 특별기획으로 이 방영됐다. 대하·정통 사극의 복귀는 방영 전부터 여론
전통 위에 꽃피운 독창적 감성절제된 슬픔에 침잠한 아름다움가을의 들국화를 닮은 음악가가 있다. 요하네스 브람스, 그의 음악은 화려하고 귀를 사로잡는 선율은 아니지만 은은하고 그윽한 방식으로 쓸쓸한 가을 녘의 향수를 자극한다. 당대 음악가들이 브람스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루트비히 판 베토벤을 ‘3B’라 불렀던 만큼, 브람스가 낭만주의 음악사에 남기고 간 잔흔은 여전히 고유한 향을 풍기고 있다. 고전적 형식미에 바탕을 두고 그 위로 낭만적 어법을 결합했던 ‘고전적 낭만주의자’ 브람스의 음악 세계를 들여다봤다. 고독한 음악가, 요하네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는 아이들과 함께 뒤셀도르프 상임지휘자로 정착한다. 그러나 슈만의 신경 쇠약 증세는 점점 심해져 가고 그는 음악가로서의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괴로워한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아내 클라라는 그런 슈만을 돌보며 힘든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앞에 요하네스 브람스가 등장한다. 스승의 아내 클라라를 사랑한 브람스, 감정의 흔들림을 경험하는 클라라, 그리고 그런 둘을 바라보는 슈만의 고통은 그들의 음악에 고스란히 담긴다.
음악사에 전해지는 유명한 사랑 이야기가 있다. 정신병에 시달리던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과 온전히 그를 위해 삶을 헌신한 피아니스트 클라라 조제핀 비크 슈만, 클라라를 지켜보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간 슈만의 제자 요하네스 브람스가 그 주인공이다. 헬마 산더스 브람스 감독의 영화 는 세 음악가 사이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그린다. 이들의 사랑이 만들어낸 선율의 모습을 영화와 함께 들여다봤다. 내겐 너무 아름다웠던 당신 영화는 클라라가 연주하는 슈만의 와 함께 시작된다. 슈만의 는 아내
모든 언어가 사라질 때, 음악은 활자 없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음악과 이야기 사이 경계는 없습니다. 누군가가 살아온 생의 굴곡이 오선지에 오르내리기도 하고, 때론 흐르는 선율이 마치 한 편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렇기에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곧 누군가가 살아온 지난날의 궤적이, 혹은 음표가 모여 만들어낸 또 하나의 세상이 여러분에게 다가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이번 주 문화부는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과 요하네스 브람스의 생이 빚어낸 음악과 이들의 음악이 완성한 숭고한 사랑 이야기를 여러분과 잇고자 합니다. 음악과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