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힘들고 읽을거리가 절실했다고 해도, 그날 밤 내가 이청준의 책을 편집국까지 가져오게 된 데에는 어딘지 꼭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그맘때부터 나는 심각한 ‘말의 변비증’을 앓고 있었고, 그런 내게 소설이 얼마간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에 강한 회의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 내가 많은 책 중에 ‘그 소설’을 뽑아든 건 순전히 우연이였다. 소설
초등학교 2학년 때입니다. 당시 전학생 신분이었지만 한 친구의 추천으로 반장선거 후보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친한 친구는 없었지만 반장이 되고 싶긴 했었는지 ‘할 수 없다’는 말을 구태여 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전학 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전학생을 반장으로 뽑아줄 친구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요. 깔끔하게 ‘0표’를 받았습니다.그날이 아
기자와 경찰은 닮았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안에선 두 눈을 불태우며 조사하는 것이 말입니다. 가설을 세우고 증명해나가는 과정은 이들에겐 숙명이겠지요. 그래서인지 조사하던 중 별 문제가 아니라 판단될 경우에 느껴지는 당혹감마저 꼭 빼닮았습니다. 기자들에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지난 목요일 저녁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자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와
“선거 관련 기사가 지나치게 기계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그저 중립에서 그쳤던 선거 기사들에서 아쉬움은 뒤로한 줄 알았는데 결과를 말해주는 기사 역시 어쩐지 밍밍하기만 하다.”매년 이즈음, 학내 구성원이 매주 중대신문을 평가하는 코너에 나왔던 지적들입니다. 언론의 중립을 ‘기계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
지난 대선 때 우스갯소리로 “누굴 뽑든 똑같을 거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대통령 후보자들이 내걸었던 공약이 별반 차이가 없어섭니다. 선별적 복지를 주창한 새누리당에서 출마했던 박근혜 대통령까지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놓았던 상황이었으니까요. 너도나도 복지를 외치던 그때, 정작 공약들에 대한 치밀한 검토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후보자들의 공약이 큰 틀
1789년 프랑스혁명 직후 소집된 국민의회에선 개혁을 외친 공화파와 왕정체제를 유지하고자 한 왕당파로 나뉘었습니다. 왼편에 공화파가 앉음으로써 사회의 급진적 변화나 진보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좌파라 부르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습니다.그런데 이 좌파와 우파의 개념이 한국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6.25 전쟁이라는 한반도의 뼈아픈 기억 탓인지 좌파는 곧 친북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유행가의 제목처럼 ‘벌써 일 년’이라는 말이 부쩍 와 닿는 요즘입니다. 노랫말 속 주인공은 일 년이 지나도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만 한다던데 제겐 그리움보단 뒤도 안돌아보고 고속질주를 하는 고놈의 ‘시간’이 참 무서워서 입니다. 서울캠 ‘좋아요’ 선본이 당선된 지 벌써 일 년이고, 안성캠 ‘우리’ 선본의 당선이 무효 판정을 받았던 것
저는 학내 진보자치언론 을 참 좋아했습니다. ‘간행물의 발간은 총장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학칙이 있음에도 익명을 사용하면서까지 학내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권력에 맞서 ‘학교가 아닌 학생을 위한 언론’을 표방하는 용기가 좋았습니다. 소속도, 학번도, 성별 제한도 없는 편집위원 모집 광고 속 드러난 ‘반권위주의’ 문화가 무척 좋았
“21번째 생일을 축하해!”이번주 신문사에선 기자 한 명이 생일을 맞았습니다. 신문사 구성원들이 오순도순 모여 몰래 준비한 케익과 함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사실 모든 것은 극비리에(?) 진행됐음에도 생일인 기자는 그닥 놀란 기색이 없어보였습니다. 아마 생일이면 으레 겪는 일이라 그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고로 생일이란 놀라움과 기쁨의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입니다. 너도 나도 왁자지껄한 가운데 지난주엔 인문대와 사회과학대의 공동기획 축제인 ‘인사전’이 성황리에 끝났다고 합니다. 이어 학내 건물 곳곳에 부착돼 있던 재미난 주점 포스터들도 눈에 띕니다. 귀여운 머리띠를 하고 총총거리며 학내를 누비던 여학생은 아마 주점을 준비하던 중일 테지요.이번주 안성캠에서 열리게 될 카우리발 축제가 그 정점
중대신문이 지령 1800호를 맞이했습니다. 1800번, 중앙대의 역사를 지면 위에 새기는 데 꼬박 66년이 걸렸습니다. 신문사 생활 2년 차인 저에겐 1800이라는 숫자도, 66년이라는 시간도 참으로 낯섭니다. 물론 ‘지령’이라는 말도 낯설긴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시간은 쉼 없이 흘러 지금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독자여러분들의 관심과 애정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이건 고질적인 문제야. 갑자기 왜 쓰겠다는 거야?”기자들이 열심히 기삿거리 브리핑을 하다보면 으레 듣는 말입니다. 항상 문제지만 그렇다고 이제와 기사로 쓰기엔 생뚱맞은, 때를 놓친 기삿거리를 두고 하는 말이죠. 흔히 언론은 ‘시의성’을 갖춘 기사를 써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사건을 보도할 땐 새로워야 하며 시기적으로 뒤지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항상 문
‘대학언론의 위기’를 이야기하노라면 울컥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낸 적은 없습니다.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 이제는 지겹기까지 한 그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나 봅니다. 거기다 ‘중대신문의 역할’이라는 말까지 더해지면 고민은 더욱 깊어집니다. “대학언론의 위기 속에서 중대신문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참으로
샤이니가 데뷔하던 해였습니다. 친구들과 축제 무대에 오르기 위해 큰맘 먹고 핑크색 스키니진을 샀습니다. 형형색색의 스키니진 5벌이 핀 조명을 받았을 땐 곳곳에서 “샤이니! 샤이니!”를 연호하던 누나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지금 추측하건대 핀 조명이 얼굴로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님 ‘누난 너무 예뻐’의 대상이 진짜 자기인 줄 알았거나.
중대발표가 끝났습니다. 여러분들은 중앙대가 야심차게 준비한 중대발표를 어떻게 새겨들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나름 축제 타이틀이 센스있다고 생각한 저도 이번 축제가 내심 기대됐습니다. 올해는 어떤 부스가 새로 생겼는지, 어떤 동아리가 공연을 준비했는지 등 궁금증을 풀기 위해 3일 동안 이곳저곳을 누볐습니다. 하지만 중대발표는 없었습니다. 거창한 타이틀이 무색할
생각보다 우리 주변엔 ‘진짜’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진짜야?”로 시작해 끊임없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며 살아갑니다.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수많은 가짜 속에서 진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위키리크스가 수많은 특종을 터뜨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내부 고발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얼마 전 ‘중앙인 커뮤니티’에 예술대 내 치어리더 연습 문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엔 의견차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머리로 익힌 것과 다르게 사람들은 모두 “내 생각이 맞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의 잣대로, 너는 너의 잣대로 서로를 바라보는 일은 그리 이상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꽤나 이기적인 존재인가 봅니다. 그래도 살만한 건 사람들이 의견차를 좁히기 때문입니다. 좁혀지지 않을 것만
어릴 적 울음이 터지면 부랴부랴 엄마를 찾았습니다. 눈은 울고 있지만 엄마를 만나는 순간부턴, 괜시리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칠 법도 한데 울음소리는 더 커집니다. 엄마에게 제가 지금 서럽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죠. ‘엄마, 나 지금 울고 있어. 나 좀 다독여줘.’ 비단 어릴 적 저만 느낀 감정은 아닐 겁니다. 당사자, 더 꼬집어서 말하면 피해자는 할
얼마 전 뉴욕에 다녀왔습니다. 홀로 떠난 여행은 매력적이었지만 끼니를 때우는 데 꽤나 고생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햄버거였습니다. 패스트푸드 가게엔 저처럼 혼자 먹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괜한 욕심에 맨하튼에서 가장 유명한 햄버거 집을 택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가게는 함께
얼마 전 뉴욕에서 공개된 삼성 갤럭시S4가 저를 놀라게 한 건 비단 최첨단을 달리는 기능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주목한 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디자인’이었으니까요. 신제품을 내놓을 때 디자인의 큰 줄기를 이어가는 것은 경쟁사인 애플의 ‘전략’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 삼성과 애플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경쟁사를 의식하고 견제하면서 서로가 내놓은 최